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시장의 역사가 오래되고 거래규모가 큰 선진 시장일수록 미술품 감정의 영역도 산업의 큰 축으로 잘 정비돼 왔다. 나라마다 역사나 관습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띠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국가나 주정부, 사회 공인된 기구의 감정, 세계적인 경매사의 감정 등 전문가 개인 감정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경우에 따라 미술품 감정인이 자격제도와는 상관없이 국가나 단체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전문성에 의해 이뤄지는 예도 많다. 다만 어떤 경우든 일단 엄격한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가 단체나 협회가 존재하고 그런 자격체계 하에서 감정인들의 공신력이 확보되고 있다는 점이 국내 상황과 차이나는 지점이다.

또 선진 시장에서는 미술품의 가치평가가 진위감정과는 별도로 나름의 수요와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감정기관 역시 구분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시가감정을 수행하는 미술품 전문 평가사들의 지위가 보장돼 있다는 점은 국내 감정체계상 미비점으로 꼽히는 핵심 포인트다.

양지연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미술품의 감정과 유통에 대한 이해' 연구자료에서 "해외 미술시장 선진국에서 미술품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국가면허나 자격증이 요구되지는 않는 업무이나 가치평가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입증하고 향상하기 위한 인력 관리와 교육훈련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감식안 이력 재료 등 다각적 진위감정…시가감정 영역 명확히 분화

우선 진위감정의 분야를 보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연구'에 중심을 둔 전문적인 진위감정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작가, 작품에 대한 감식안을 바탕으로 진위감정이 행해져왔으나 점차 전문가의 안목감정에 따른 의견 표명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소유이력이나 거래자료, 재료 분석 등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판단을 중요시하는 추세다.

또 미술품의 위작 유통을 방지하고 예술가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작가의 진품과 위작을 연구 판별, 관리하는 작고작가 재단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도 의미있는 지점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국제미술연구재단'(International Foundation for Art Research: IFAR)은 미술품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위감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스와 미국은 미술품 감정 관련 감정사 자격제도가 있다. 프랑스는 국가 자격 제도를 법무부에서 관장한다. 3단계의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요건을 갖춰야 자격증을 취득하는 구조다. 미국은 국가자격 제도는 아니며 주정부 차원의 자격제도로 국회의 승인을 받은 '가치평가기관(TAF, The Appraisal Foundation)'가 중심 기구로 총괄을 하고 있다.

◇ 미국, 전문 영역 세분화 엄격한 시험제도 교육훈련 시스템

미술품 가치평가의 전문성이 가장 고도화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미술품 가치평가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미 의회의 인준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인 가치평가재단이다. 가치평가재단은 미술품을 비롯한 동산과 부동산, 기업의 가치평가 업무의 기준과 가치평가사 자격의 기준을 제시하고 규율하는 역할을 한다.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에 특화된 감정 협회로는 '미국가치평가사협회(AAA)'가 있다. 소속 회원들이 가치평가 서비스 전문 영역을 100여개 분야로 세분화하고 있다. 회원으로 승인하는 기준은 경력과 평판, USPAP(전문 감정평가 실무 통합기준)시험 통과, 협회가 운영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이수를 기본 조건으로 한다.

상급 단계인 '인증회원'은 전문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자로서 USPAP 과정 이수와 시험, 전문분야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가치평가 보고서 표본을 제출해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검증한다. 2년마다 15시간의 계속 교육을 충족해야 인증회원의 자격이 유지된다. 협회는 웹사이트에서 가치평가사 회원의 명단과 전문분야를 투명하게 공개 중이다.

◇ 프랑스, 감정 전문가 협회 결성 통해 훈련 규율 관장

프랑스의 경우 '감정가'(Expert)를 상법상 '경매회사에서 거래되는 동산의 가치평가를 지원하는 인력'으로 정의한다. 감정가가 소속된 협회 명의로 감정서를 발급할 수 있다. 미술품 감정가들의 전문 협·단체가 결성돼 회원 자격을 심사·승인하고 교육훈련하고 있고 윤리규정을 통해 규율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것도 강점이다. 프랑스에서 미술품 감정에 특화된 주요 협회는 '전국미술품·수집품감정가협의회(CNES)'를 비롯해 3곳 정도를 꼽는다. 특히 법원 감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원에 등록된 감정가를 '사법감정가'라고 한다.

미술품 전문사법감정가들의 단체인 '사법미술품 감정가협회(CEJOA)'가 설립돼 있다. 사법감정가는 미술품 감정에 대한 전문성과 윤리성, 법적 무결함을 인정받은 감정가로 등록 사법감정가의 만장일치로 위촉된다.

영국도 국제적 단체인 '왕립공인가치 평가사 협회(RICS)'가 미술품 · 골동품 가치평가에 필요한 역량과 경로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왕립가치평가사협회'는 교육훈련 이수와 경력을 심사해 가치평가 인력에 대한 단계별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