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리빌딩]한우물 기업 대한약품, 80세 오너는 지금도 지분 매입 중⑩수년째 주가 답보 상태, 주주환원 정책 마련할 거버넌스 부재
이돈섭 기자공개 2024-12-16 07:46:13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4: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간 수액제 제조에 주력해 온 대한약품공업은 전형적인 '한 우물 파는 회사'로 통한다. 고령화 진척에 따라 수액제 수요가 꾸준히 커지면서 꾸준히 백억원 단위의 순이익을 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주가다. 주주환원 정책이 전무해 시장에서는 주식 증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가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오너일가의 꾸준한 지분 매입…주가는 계속 횡보 상태
1945년 출범한 대한약품은 수액제 제조에 주력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백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꾸준히 기록, 작년 한 해에는 284억원 규모 순이익을 냈다. 지난 9월 말 현재 자산총계는 3134억원이며 66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포함한 부채는 450억원 수준으로 재무 안정성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의 상당량은 현금성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말까지 현금성 자산은 1015억원으로 불어났다가 올 들어 장기금융상품 등 투자 활동을 확대하면서 684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까지 25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2020년의 경우 당기순이익 174억원을 전액 배당재원으로 활용키도 했다.
아쉬운 것은 주가다. 2021년 코로나 위기 당시 관련 환자 증대에 따른 반사효과 기대로 주가가 급등키도 했지만 이후 급락한 뒤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 없이 2만원대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 대한약품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8배에 불과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한 우물만 파는 전형적 기업으로 주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 등 요소로 회사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반면, 기업 거버넌스 차원에선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세 경영인 이윤우 회장이 202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주식을 매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분 매입 직전 20.74%였던 이 회장 지분은 지난 9월 말 24.01%로 불어난 상태다.
이 회장 장남인 이승영 대표도 2002년 회사 합류 후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가 공시를 시작한 1999년 0.98%를 가진 주주로 등재돼 있었는데, 2006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지분이 커져 현재는 6.35%로 불어나 있다. 이 회장 아내 안혜령 씨와 장녀 이승연 씨는 각각 2022년과 지난해 0.34%, 0.06%를 최초 취득키도 했다.
자사주 비중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간 대한약품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2022년 처음으로 12만주(2.0%)를 취득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대한약품의 소액주주가 가진 총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 2022년이다. 현재 이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자사주 등 우호 지분 총량은 40.67%인 것으로 파악된다.
◇ 주주환원 정책 마련할 주체 없어…국내외 펀드 주시 중
대한약품은 현재 3세 경영이 막을 올린 지 올해로 2년 차를 맞고 있다. 이윤우 회장의 아들 이승영 대표가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7년부터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했지만 회사 업무 자체를 직접 총괄한 건 지난해부터다. 다만 이윤우 회장이 여전히 개인 최대주주로 이 대표가 완전한 오너십을 구축했다고 보긴 어렵다.
관건은 이윤우 회장의 지분 증여다. 1944년생으로 올해 80세를 맞은 이 회장 입장에서도 지분 증여는 기업 승계의 마지막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시장 일각에서는 오너가가 지분을 확보하고 증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주가 관리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썬 대한약품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곤 있지 않다. 이윤우 회장과 이승영 대표와 이승영 영업담당 임원 등 3명의 사내이사와 박환석 세무사가 유일한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어 사외이사가 경영 현안에 이견을 내는 분위기가 아닐뿐더러 이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약품은 꾸준히 4명의 이사진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데 2017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문선 전 사외이사의 경우 2002년 선임돼 무려 15년간 이사회에 몸담고 있었다.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당시로썬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사외이사를 거수기 역할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펀드들이 꾸준히 주주명단에 등장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오너십 승계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경우 2021년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해 현재 8% 지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등도 과거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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