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ADC' 리포트]'삼성 바이오'의 신성장동력, 두 갈래로 나뉜 플랫폼 장착⑦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각각 추진, 시작은 CDMO, 방향은 신약
정새임 기자공개 2024-12-16 08:52:53
[편집자주]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겨냥한 K-바이오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높다. '엔허투'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ADC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국내 바이오텍들이 '기술이전' 딜 등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빅파마와의 딜을 체결한 리가켐바이오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 맏형격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저마다 각자의 방식대로 전략적 투자 및 협업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다. 더벨은 ADC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한 K-바이오의 전략을 차례로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DC는 삼성그룹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차세대 모달리티다. ADC 개발 경쟁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그룹은 ADC 플랫폼 개발과 공정, 생산시설 등을 갖춰나가는데 주력했다. 항체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서 ADC는 확장이 용이한 영역이다.당장 ADC로 실적을 내는 건 위탁개발생산(CDMO)이지만 궁극적으로는 ADC 신약을 겨냥한다. 신약의 주축이 될 ADC 기반기술 개발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갈래로 이어진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연구 협업과 투자를 꾀하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이지만 기술 확보에서 만큼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작년부터 구체화된 ADC 기반닦기…로직스 공장·에피스 R&D 협업
삼성그룹이 ADC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건 2022년 말쯤이다. 항체의약품에서 ADC, mRNA로의 확장을 선언했고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생산시설 증축을 공식화했다.
2023년은 삼성그룹이 ADC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닦은 해로 기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모두 ADC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전용 생산시설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글로벌 빅파마를 중심으로 ADC 생산 니즈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ADC의 경우 독성으로 기존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에 근접해 지을 수 없다. 제2캠퍼스 부근 별도의 부지에 전용시설이 마련됐다.
삼성의 효율화 전략에 따라 ADC 공장은 빠르게 완공을 향해간다. 총 4층으로 구성된 500L 규모의 시설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열린 'ADC 컨퍼런스'에서 12월 완공할 ADC 공장의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신설된 ADC개발팀이 관련 업무를 주도한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 투자를 위해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의 투자 방향도 ADC로 쏠렸다. 2022년까지만 해도 재규어진테라피, 센다 바이오사이언스 등 유전자 치료제와 나노입자 약물 전달체 바이오텍에 투자했다면 지난해 투자한 아라리스 바이오테크와 에임드바이오는 모두 ADC 개발사다. 올해 투자를 결정한 브릭바이오도 ADC 관련 기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DC 신약 가능성을 타진한다. 링커와 페이로드 기술은 인투셀과의 협업으로 확보했다.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박태교 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유명하다.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 주변에서만 링커가 풀리도록 해 부작용과 효능을 개선한 '오파스' 플랫폼을 갖고 있다.
양사의 협업은 최대 5개 ADC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데 있다. 협업이 성사된 지 1년이 된 현재 구체적으로 진척된 부분이 공개되진 않았다. 공정 최적화와 동물실험을 마친 후 본임상 1상에 진입하는 시점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ADC 신약 개발은 조호성 삼성바이오에피스 선행개발본부장(부사장)이 주도한다.
◇로직스와 에피스, 두 갈래로 나뉜 ADC 플랫폼 개발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개발로 ADC에서도 주사업분야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갖춰나가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자 ADC 플랫폼을 확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개발팀이 ADC CDMO 사업을 주도하지만 바이오연구소를 통해 ADC와 mRNA 등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기술개발을 실시하고 있다. 아라리스, 에임드바이오 등 국내외 ADC 바이오텍과 오픈이노베이션을 꾀하는 곳도 바이오연구소다.
바이오연구소는 2022년 7월 CEO 직속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약 40여명으로 시작해 2년 만에 83명으로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조직 절반이 넘는 48명이 박사급 인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R&D 조직 중 가장 많은 박사가 포진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R&D 조직은 MSAT(Manufacturing Science And Technology), CDO개발센터, 바이오연구센터로 나뉜다. MSAT과 CDO개발센터가 CDMO 사업에 필요한 세포주 및 공정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바이오연구센터는 CDMO에 필요한 기술뿐 아니라 향후 차세대 모달리티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장착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궁극적으론 신약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빅파마들을 고객사로 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사업에 진출하는 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 공식적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방법론의 문제일 뿐 삼성의 바이오사업 비전은 분명히 신약을 향하고 있다. 그룹의 바이오 주축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반기술을 갖춰놓을 필요성이 높아진다. 당장은 위탁개발로 한정되지만 기반기술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신약 개발 준비가 갖춰지리란 예측이다.
그동안 신약 투자와 협업이 모회사 위주로 이뤄져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체급이 커지고 글로벌 경험을 쌓으면서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올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투자한 브릭바이오 투자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도했다.
결론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자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아라리스와 에임드바이오, 브릭바이오와 인투셀과의 협업을 꾀하는 형태다.
물론 당분간 삼성의 ADC 사업은 CDMO로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ADC 신약은 진척이 빠르지 않고 본임상 진입 시점도 미정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시설은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ADC 수주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름의 방식대로 ADC 개발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며 "아직 신약에 대한 부분은 뚜렷하게 나온 부분이 없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ADC CDMO, 삼성바이오에피스 ADC 신약 개발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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