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유동성 점검]'자본잠식' 위기 탈출 효성화학, 현금확보 '총력'⑥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1조 확보…내년 베트남 법인 지분도 정리
박완준 기자공개 2024-12-20 08:04:21
[편집자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재계에 퍼지면서 재무 위험성의 경종을 울렸다. 특히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에 관심이 쏠린다. 부진한 실적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재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석유화학 업계가 연일 자산 매각설에 휩싸이며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사업부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자본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1조원에 가까운 매각 대금을 차입금 등 채무 상환에 투입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효성화학의 차입 규모가 아직 조 단위로 남아 있다. 여전히 조달 이슈는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2022년 A등급에서 올해 BBB+로 떨어진 신용등급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악화된 현금흐름에 총차입금 2.6조 돌파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11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2조2331억원, 영업손실 1117억원을 거뒀다. 영업손실의 경우 전년 대비(-1514억원)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력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수급 부진으로 스프레드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부진한 실적에 효성화학의 현금흐름도 2022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3분기 누적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029억원) 대비 개선됐지만, 2022년 마이너스(-) 1346억원을 거둔 뒤 꾸준히 음수를 유지하고 있다. 재고자산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투자를 제외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마이너스(-) 1682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금과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도 악화됐다. 효성화학은 2021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 FCF는 마이너스(-) 2883억원을 기록해 최근 5개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유출된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효성화학의 총차입금은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베트남 법인에 대한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졌다. 효성화학이 2018년 지분 최초 취득부터 올 3월까지 베트남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8000억원 이상이다. 2022년 설립한 중국법인 증설까지 포함하면 효성화학이 부담한 해외 법인 출자금액은 1조원에 근접한다.
이에 효성화학의 총차입금은 2020년 1조6742억원에서 올 3분기 말 2조6406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885억원에 불과해 순차입금도 2조5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액수다. 늘어난 차입금에 효성화학은 매 분기 이자비용으로 465억원을 지출했다.
효성화학의 재무는 자본잠식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을 뜻한다. 효성화학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618억원에서 올 3분기 말 324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자본금은 190억원을 유지해 자본총계와 격차가 줄어들었다.
◇특수가스 매각 '숨통'…현금 확보에 총력
효성화학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달 특수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매각해 9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 내용이 골자다. 내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 법인을 매각해 현금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2조8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사업부 매각 대금으로 일단 부채를 줄여 이자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재무 개선을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자금을 채무 상환에 투입할 시 효성화학은 부채비율을 300%대로 떨어트릴 수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60%대로 하락한다.
효성화학은 내년에도 비주력 사업부를 매각해 현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법인에 대한 장부금액은 7527억원인데, 회수가능액은 6593억원으로 추산되며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효성화학은 필름(TAC) 제조,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부도 매각 후보로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주력 사업으로 낙점한 PP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올 3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PP 매출 비중은 70% 이상을 기록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지분 매각도 순차적으로 단행해 재무를 개선, 외자 투자를 받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이자 부담이 덜어지면서 수익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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