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집중투표제 노코멘트"...국민연금, 어느 편 설까원론적 찬성 입장이나 사안 특수성 가려야, 부족한 명분·재계 반발도 변수
이영호 기자공개 2024-12-30 15:37:1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에서 이번엔 '집중투표제'까지 등장했다. 집중투표제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의결권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최윤범 회장 측이 일거에 형세를 역전할 수 있는 카드로 주목된다. 다만 실제 집중투표제가 도입될지는 지켜봐야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주요 주주인 하나인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 입장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원론적으로 집중투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나 이번 케이스에서도 이 원칙이 통할지는 불분명하다. 집중투표제를 관철하기 위한 확실한 명분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국민연금 측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 추진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두고 "불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국민연금이 개별 사안에 직접 대응하며 공식 입장을 낸 적은 없었다.
원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방침이다.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따르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것에 반대하고,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삭제하는 데 찬성한다. 대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찬성하지 않는다는 예외도 열어놨다.
국민연금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내달 열릴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이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주들로부터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법상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에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3% 룰에 따르면 특정 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의결권 행사에 있어선 지분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한다. 다수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최 회장 측 입김이 더 강해진다. 하지만 3분의2 찬성표를 얻기 위해선 국민연금을 비롯한 외부 우군들의 도움 역시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외부 주주들의 호응을 얻을 만큼 집중투표제가 충분한 명분을 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중투표제는 현재 재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 소액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인 동시에, 대주주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미개발은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최 회장 측 일가 기업이기 때문이다. 주주 제안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상 최 회장 측이 직접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민연금으로서도 찬반 고민이 더해질 지점이다.
이미 재계에선 집중투표제 도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중투표제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점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려아연에는 재계 대표주자 격인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계가 반대하는 안건이란 점에서 대기업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집중투표제를 제안할 때에는 자신이 추천하는 이사 명단을 함께 내놓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공시에는 이 점이 누락됐다"며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올리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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