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머티리얼즈, 유기소재에서 돌파구 찾나 ①SK스페셜티·에어플러스 이탈에 몸집 축소, 해외사업 투자여력 유지 '미지수'
이민호 기자공개 2025-01-07 08:21:52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07: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소재사업의 선봉에 섰던 SK스페셜티와 SK에어플러스가 이탈하면서 SK 머티리얼즈 CIC도 몸집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두 회사 지분을 내주고 손에 쥐는 현금을 SK가 재무건전성 개선에 이용하면서 머티리얼즈 CIC로서는 핵심 자산을 내주고도 사업 확대에 이용할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당분간 투자여력이 줄어들 수 있지만 첨단 유기소재 사업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밸런싱 광풍 맞은 SK 머티리얼즈…SK스페셜티·SK에어플러스 이탈
SK가 반도체 소재사업 육성을 천명하며 OCI로부터 OCI머티리얼즈(SK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49.1%를 4703억원에 인수한 것은 2016년 2월이다. 반도체 제조사이자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확신한 판단이었다. SK는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에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스페셜티를 신설하고 지주부문을 흡수합병해 사내독립기업(CIC) 체제인 SK 머티리얼즈를 출범시켰다. 반도체를 넘어 디스플레이와 이자천지 등 분야의 소재사업 육성에 SK의 자금력을 발빠르게 이용하려는 의도였다.
SK가 가동 중인 사내회사(CIC)로는 C&C와 머티리얼즈가 있다. 두 CIC는 가동 형태가 다르다. C&C는 애초 SK의 모체(SK C&C)로 직접 IT 서비스 사업을 수행한다. 하지만 머티리얼즈는 SK머티리얼즈 지주부문이 모체인 만큼 △SK스페셜티(특수가스) △SK에어플러스(옛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산업가스) △SK레조낙(식각가스) △SK트리켐(프리커서)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포토 소재)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OLED 소재)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실리콘 음극재) 등 사업부문별로 다수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2024년은 SK 머티리얼즈에 변곡점이었다. SK온 자금 소요가 촉발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광풍에 SK 머티리얼즈 소속 일부 자회사가 조정 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11월 SK에어플러스 지분 100%를 SK에코플랜트에 주식교환 형태로 넘긴 데 이어 12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오는 6월까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2조7000억원에 넘기기로 확정했다. 나머지 지분 15%는 그대로 보유한다.
◇'차포 뗀' SK 머티리얼즈…소재사업 축소 불가피
SK스페셜티와 SK에어플러스가 떨어져나가면서 SK 머티리얼즈는 몸집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SK 머티리얼즈의 '차(車)'와 '포(包)' 같은 존재다. 2024년 3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SK가 평가한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가 SK스페셜티 6005억원(지분 100%), SK에어플러스 3396억원(100%)으로 SK 머티리얼즈 CIC 소속 자회사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크다. 세 번째로 큰 SK트리켐의 지분가치가 1025억원(65%)인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SK에 대한 배당 기여도를 봐도 두 회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2024년 3분기 누적으로 SK에 지급한 배당금은 SK스페셜티 600억원, SK에어플러스 500억원으로 SK트리켐(65억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20억원), SK레조낙(15억원) 등 SK 머티리얼즈 소속 다른 자회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SK 자회사(지분율 51%)로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또다른 회사로는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이 건재하지만 SK 머티리얼즈와는 관련이 적다. SK실트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잔여지분 중 일부인 29.4%를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리밸런싱 여파에서 벗어난 데다 SK 머티리얼즈를 이끌던 이용욱 사장이 2023년 12월 SK실트론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인사 교류 전력도 있다. 하지만 SK실트론은 SK 투자부문(지주부문)이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에잇리버스 등 해외사업 기대…투자여력 유지는 의문
SK스페셜티와 SK에어플러스를 내줬지만 SK 머티리얼즈가 소재사업 확장에 이용할 수 있는 현금은 사실상 미미하다. SK스페셜티 지분 85%로 손에 쥐는 현금은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현금은 그동안 SK온에 대한 자금 지원과 신성장사업 투자로 불어난 SK 차입 부담을 줄이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SK의 2024년 3분기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10조원을 웃돌고 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40% 턱밑에 이르렀다. SK에어플러스의 경우에도 주식교환 형태를 취했으므로 SK의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지분율만 높일 뿐 유입되는 현금은 없다.
SK 머티리얼즈 국내 소재사업이 당분간 정체가 불가피한 가운데 해외사업에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있다. SK는 자회사 형태의 틸란시아(Tillandsia), 아레카(Areca), 카메도레아(Chamaedorea) 등 다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미국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재회사인 에잇리버스(8Rivers) 지분에 투자하고 있다. 에잇리버스 투자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곳이 SK 머티리얼즈다.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CIC 사장과 SK 머티리얼즈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의 성은경 BM혁신본부장이 에잇리버스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데서 관여도가 잘 드러난다.
다만 리밸런싱 여파를 맞아 재무건전성 개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신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에잇리버스에 대한 투자여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는 2023년 틸란시아에 660억원, 아레카에 1552억원, 카메도레아에 1174억원을 각각 출자했지만 2024년 3분기 누적으로는 카메도레아에만 531억원을 출자하는 데 그쳤다.
SK 머티리얼즈는 우선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포토레지스트)와 SK트리켐(하프늄)을 필두로 한 유기소재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 머티리얼즈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EUV 포토레지스트와 반도체를 보호하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소재 그리고 OLED 디스플레이의 발광효율을 높이는 블루 도판트 등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화합물로 기존의 무기소재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차세대 전자기기의 성능 향상에 필수 소재라는 것이 SK 머티리얼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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