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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전기차 생크션 리스크]다시 '석유의 시대'…에너지기업엔 기회·위기 공존④가격·수급 안정성 높은 미국산 원유·LNG 수입 늘듯…고환율 장기화는 부담

정명섭 기자공개 2025-01-24 07:31:00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전기차 산업 생크션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차 산업에 맞춰 국내외 투자를 확대했던 우리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 제재 대상에 오른 전기차와 배터리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4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결국 자국의 전통 에너지 산업의 성장으로 귀결된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수출 확대가 골자다. 주로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온 국내 정유사들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면 가격과 수급 안정성이 개선돼 수익성이 나아질 수 있다.

반면 달러/원 환율(이하 환율)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순외화부채 보유에 따른 환차손으로 영업외손실이 증가하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트럼프, 화석에너지 확대 공식화…국내 에너지기업 수입선 다변화 긍정적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취임과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알래스카 등 규제 지역에서 석유·LNG 시추 확대로 에너지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전략적 비축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화석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는 안도 담겼다.

유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정부의 과다 재정지출, 화석 에너지 규제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현재 3억5000만 배럴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6억 배럴) 58% 수준이다.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평가된다. 투자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 연료 증산을 통해 비축유를 7억5000만 배럴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에너지부(DOE) 장관에 셰일가스기업 리버티에너지의 크리스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한 데 이어 백악관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NEC)를 신설했는데, 이번 행정명령으로 전통 에너지 산업 성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임사에서 화석 연료 시추를 의미하는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언급하며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어 에너지를 전세계 각국에 수출해 풍요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의 원유와 가스의 공급량 확대로 국제 유가 안정화를 기대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은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들여오는데 거래처가 중동 지역에 편중돼 현지의 지정학적 정세 변화에 원유 수급과 유가 등이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급, 재고 추이 등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 유가 안정화는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증가를 불러온다. 이는 정제마진 상승 요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초반에 유가의 하락 안정화로 정제마진이 개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이전보다 더 늘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와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1억3700만톤 중 사우디아라비아산이 4789만톤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산은 2141만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 대비 가격과 수급 안정성이 높아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관세 부과를 협상 카드로 쓰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미국산 에너지 확보 노력은 관세 폭탄까지 피할 수 있는 일석이조로 평가된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국내 화학기업 또한 미국의 석유·가스 시추 확대로 국제 유가가 내리면 기초 원료인 나프타 도입 가격도 내려 원가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LNG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SK이노베이션, GS에너지 등도 LNG 도입 확대로 수익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유일 LNG 도매사업자인 공기업 한국가스공사의 주가가 최근에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LNG 도입을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환율 유지시 환차손·원가부담 우려

다만 트럼프 2기 체제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시 자금 융통을 위해 유전스(Usance)를 발행한다. 유전스는 대체로 달러 표기로 발행되는 채권이라 환율이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이는 정유사 실적에서 영업외손실로 계상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시 은행이 우선 수입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정유사가 은행에 대금을 상환한다"며 "고환율이 유지되면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3개월새 달러/원 환율 추이
국내 1위 정유사 SK에너지는 자체 추산 결과 환율이 5% 오르면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704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의 경우 원재료 매입액의 약 70%를 원유가 차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다른 정유 계열사인 SK인천석유화학도 같은 수준의 환율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167억원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화학기업 또한 환율 상승 시 나프타 등 원재료 구입 비용이 늘어난다. 업황이 좋은 시기에 환율이 오르면 화학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국발 글로벌 화학제품 공급 과잉으로 수급 불균형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고환율은 긍정적인 요인을 상쇄한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업황 부진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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