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지금]구조조정 '지지부진', 커지는 CAPEX 부담③유지·보수에 대미 투자까지…순차입금 7.6조, 20년 이후 첫 증가
이호준 기자공개 2025-02-07 07:17:20
[편집자주]
현대제철에게 지난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불황으로 수익성이 급감했고 저가 철강재를 겨냥한 반덤핑 제소와 사업장 셧다운 시도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보다 순탄한 한 해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파업 등 내부 리스크,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국내외 투자 검토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대제철은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까. 더벨이 현대제철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5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시장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감산 조치로 버티고 있지만 올해도 업황 반등이 쉽지 않아 저수익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물론 현대제철은 2조원 넘는 현금을 보유해 당장의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다. 그러나 올해만 1조원 이상의 환경 및 유지·보수 투자가 예정돼 있고 내년부터 대미 철강 투자까지 본격화되면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미뤄진 사업 재편…순차입금 2020년 이후 처음 증가
현대제철이 당분간 사업 구조조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업계에서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20년부터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저수익 사업 정리에 나섰으며 당진공장 전기로 열연 설비와 순천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정리했다. 자의반 타의반이었지만 2023년에는 장수현대스페셜스틸 등 중국 법인을 정리·통폐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으로 멈추며 사업 재편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삼일PwC에 경영 컨설팅 작업을 맡기고 자회사 매각을 추진했으나 경기 침체로 선뜻 사가는 곳이 없었다. 중소형 봉형강 제작에 특화된 포항2공장은 건설경기 악화로 폐쇄(셧다운) 이후 매각 등을 검토했지만 노조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기대했던 비용 절감 효과도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순차입금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전년과 비교해 약 3000억원 증가한 7조5821억원이다. 2020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각이 지연되고 공장 운영이 지속되면서 차입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은 이를 결정적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제철은 연간 이자비용도 4000억원대로 증가했지만 이를 감안하기 전 기준인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에서 창출하는 현금이 이자비용의 5배에 달해 금융비용을 제외하고도 조단위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이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으로 진행되는 자본적지출(CAPEX)이다.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작년과 같은 CAPEX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CAPEX는 1조61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에비타 확대가 어렵다면 사업 재편은 더 미룰 수 없다는 평가다.

대미 철강 투자까지 공식화되면서 구조조정 재개 시점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포함한 철강산업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착공 시점은 이르면 내년 봄으로, 소요 자금은 최소 7조~8조원으로 추산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증권가에서도 차츰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비타가 2조원이 넘고 그룹 차원의 지원까지 고려하면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보유 자금은 다 쓸 수도 없고 미국 외의 거점, 환경 투자가 많은 만큼 추가적인 현금 확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불황을 버티기 위한 재무 조달이 더 무리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약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액 차환 자금이 목적이었다. 지난해 9월 3000억원을 조달한 지 4개월 만이다.
다행히 매각 논의가 지연되던 자회사들의 실적이 단기적으로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현대제철 자회사들의 매출은 4조6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69억원으로 0.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7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물론 재무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스틸파이프의 경우 미국발 관세 환급으로 55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재고 감축에 따른 미실현이익 축소 효과로 300억원도 추가 반영했다. 일회성 효과에 따른 일시적 이익 증가로 해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현재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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