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지금]대세 'AI'에 고심하는 '환경'…기업가치 재평가 불가피①'리뉴어스·리뉴원' 재매각 가능성 제기, IPO 궤도 '하이테크' 수정…수익성 사수 관건
신상윤 기자공개 2025-02-28 07:40:48
[편집자주]
SK에코플랜트가 IPO 전략을 수정한다. M&A를 통한 외연 확장을 중단하고 내실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IPO 전략의 핵심이자 미래 사업으로 촉망받던 친환경 사업들의 축소 움직임도 감지된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던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시간이다. 더벨은 SK에코플랜트 현 상황을 진단하고 달라진 경영 전략 향방 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건설업에 주력해 오다 환경과 에너지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ESG 경영과 궤를 같이한 행보였던 만큼 공격적인 투자도 병행됐다.하지만 기업가치 제고에 한몫을 기대했던 환경업은 예상과 달리 성장세가 더디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상장 기한이 내년 7월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회장이 AI와 반도체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기류다. 환경업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SK에코플랜트도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전략을 달리 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SK그룹 'ESG→AI·반도체' 강조, SK에코플랜트 '하이테크'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의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AI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영역의 AI 밸류체인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시장이 '대확장'될 것으로 전망한 SK그룹은 각 계열사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SK그룹 리밸런싱의 한 축으로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 'SK에어플러스'와 홍콩 소재 반도체 가공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Essencore Limited)'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다.
SK그룹 내 SK에코플랜트의 역할도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한 종합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2020년부터 환경과 에너지를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아 기존 EPC 솔루션과 더해 세웠던 상장 계획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SK그룹 등 대내외에서 SK에코플랜트 환경업에 드러낸 의구심도 한몫했다. ESG 경영이 화두일 땐 폐기물 수집과 매립, 소각 그리고 재활용 등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인허가 절차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환경업에 진출하기 위해 다수의 M&A를 통한 볼트온 전략도 힘을 받았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업 M&A에만 1조8250억원 상당을 집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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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시장에서 역할을 찾는 중이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들을 SK그룹에서 지원받은 만큼 성과를 내는 일은 SK에코플랜트의 몫이다.
◇환경업 활용 고민, 매각 시 기업가치 수정 불가피
환경업을 두곤 고민이 적지 않다.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로는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옛 그린에너지 포함 6개 환경기업), SK테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의 40% 정도를 차지하지만 투입한 비용을 고려하면 원금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자본시장(IB)에선 과거 수처리 전문기업 '에코비트' 매각 사례 등을 거론하며 SK에코플랜트의 리뉴어스나 리뉴원 등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기류도 달라졌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보단 빠른 실행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환경을 총괄했던 'Environment BU'를 폐지하고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한 배경과도 일치한다.
관건은 SK에코플랜트의 환경업 활용 방안이다. 리뉴어스나 리뉴원 등은 수처리와 폐기물 전처리 분야에서 인허가권을 갖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사모펀드 등에선 이러한 점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업 진출 과정에 투입했던 재원 등을 고려하면 적정 가격을 두곤 이견을 빚을 수도 있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업을 떼어내더라도 고민은 없지 않다. 상장을 준비하는 SK에코플랜트는 앞서 환경과 에너지를 미래 기업가치의 한 축으로 삼았다. EPC 솔루션이 절반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환경과 에너지에서 책임져 10조원을 예측했다.
하지만 환경업이 제외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PC 솔루션 사업도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이 본격화되면서 기대를 모으지만 주택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업 자체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편입한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매출액이 1조원 가까운 데다 수익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에너지 부문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 향후 반도체 리사이클 분야에서 SK테스 등과 연계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연료전기 기업인 블룸에너지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환경업이 누락될 경우 SK에코플랜트가 예측했던 기업가치 10조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환경업의 근본적인 고민은 자산 규모에 대비해 현금 창출 능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라며 "2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환경업이 단기간 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은 SK에코플랜트 상장 전략 수정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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