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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조달 양극화 신호탄 "MBK식 꼬리자르기 피하자"대주주 중요도 심화…크레딧 시장 보수적 접근 확산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11 07:50:1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10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로 요동치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갑작스럽게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내부적으로 미칠 영향 등은 없을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향후 영업 방향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향후 채권이나 유동화증권 등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 사모투자펀드(PEF) 포트폴리오 기업 딜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크레딧 시장에서는 모기업 지원 여부와 디폴트 리스크 등을 더욱 면밀히 분석,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 이후 하이일드로 강등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해당 사안이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상으로는 현재 상환하지 못한 기업어음(CP)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는 각각 1160억원, 690억원이다. 카드대금 채권 유동화 증권(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경우 3901억원에 달한다.

ABSTB는 2020년부터 30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당시 단기 신용등급은 A20였다. 이는 장기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A-로 볼 수 있다. A급 채권의 경우 금리 메리트로 인해 수요가 충분하다. 하지만 2021년 9월 A2-로 떨어졌고 이듬해인 2022년 2월에는 A3+까지 내려갔다. BBB+ 정도로 평가된다. BBB등급부터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된다.

국내 IB들은 A3+로 떨어졌을 당시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기관투자자가 투자할 수 없는 등급이고, 리테일에서만 소화 가능한 등급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중소형사 중심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한양증권, 신영증권 등이 발행 조력자로 나섰다.

IB업계 관계자는 "등급이 점점 떨어지면 딜을 진행할 때 내부 리스크관리 파트의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며 "발행사도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발행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은 지난해 8월 평가까지만 해도 A30로 평가됐으나 올해 2월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을 A30에서 A3-로 조정됐다. 지난달 28일 등급조정됐고 지난 4일 대주주인 MBK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청 두 시간여만에 개시 결정이 났다. 기업회생 신청으로 D(디폴트)로 일괄 강등됐다.

◇적격등급 내 발행사 조달 양극화 심화 전망

이번 MBK의 결정에 IB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어려웠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 때문에 기업을 분석할 때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을 더욱 면밀히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지원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만 자금이 모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업황 둔화와 대규모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온이나 롯데케미칼 역시 현 상황에서는 조달이 어렵지만 든든한 우산이 있다고 판단, 증권사 IB 파트에서 딜을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SK온의 신종자본증권에는 KB·NH·한국·신한·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참여가 즐비했다.

앞선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홈플러스 사례만 놓고 보면 PEF는 회사 사정이 나빠져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원의지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딜을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일반 기업들은 MBK파트너스의 꼬리 자르기식 회생신청이 가능하지 않다"며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것이 펀드 수익자를 위해서 최선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국내 대기업이 계열사가 사정이 좋지 않다고 회생신청을 했다가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단기신용등급 A30인 발행사 조달도 양극화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A30에는 SK디앤디, 대한해운, 동부건설, 두산, 메가박스, 무림캐피탈, 상상인증권, 쌍용건설, IS동서, 아프로파이낸셜대부, SLL중앙, 오케이캐피탈, 유진기업,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일동제약, JTBC, 중앙일보, 중흥토건, 컴투스홀딩스, 케이카캐피탈, 콘텐트리중앙, 한국렌탈, 한솔피엔에스, 한솔홈데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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