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잉여금 늘린 엘앤에프, 우선주 발행 사전작업? 류승헌 CFO "자본성 펀딩 가능해져"…주가 고려하면 유증은 어려워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25 13:59:58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6시0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엘앤에프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승인했다. 공식적으로는 배당 가능 이익 확보가 이유지만 시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20일 엘앤에프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자본준비금 약 4775억7267만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엘앤에프는 앞서 공시를 통해 이를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배당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본준비금 일부를 감액한 뒤 배당하면 배당소득세 부담 없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있다.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일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이 같은 방식은 실질적인 배당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지주, 셀트리온, OCI 등이 이를 활용·추진 중이다. 재계에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엘앤에프는 현재 배당을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익잉여금은 늘었지만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로 인해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캐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주환원이 우선순위가 되긴 어렵다.
반면 투자 수요는 많다. 엘앤에프는 최근 미국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을 준비하며 현지 파트너사 미트라켐에 약 145억원을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LFP 양극재 생산 설비 구축이 필요하다. 전구체 사업 운영을 위한 초기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잉여금 확충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익잉여금은 자본준비금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자기자본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비율이나 부채비율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배당 가능 이익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엘앤에프의 재무 전략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특히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고려할 경우 배당 가능 이익이 핵심 요소가 된다. 이익잉여금이 있어야 배당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투자 유치가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RCPS는 우선주에 상환권과 전환권이 합쳐진 증권이다.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처럼 경영권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기업에 상환 의무가 없을 경우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이번 전환은 RCPS 발행 등 자본 조달을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엘앤에프는 2021년에도 46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며 재무비율 악화를 방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배당 가능 이익 증가를 통해 기존 주주의 반발을 완화한 뒤, 향후 유상증자 추진을 위한 포석을 깐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배당 가능 이익이 늘어나면 주주환원 의지를 강조할 수 있어 유증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엘앤에프의 주가는 1년 전보다 62% 하락한 상태다. 주가가 낮을 경우 신주 발행가 역시 낮아져 지분 희석 부담이 커지므로 현 상황에서 유증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CB·BW 발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 CB·BW는 부채로 분류되므로 배당 가능 이익이 필수적인 RCPS에 비해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
그럼에도 이익잉여금이 증가하면 기업이 미래 손실을 방어할 재무적 완충 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신용평가 등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엘앤에프의 작년 말 부채비율은 284%로, 전년 대비 82%포인트 증가했다. 보유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67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1000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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