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07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를 모신 CEO 입장에서 타사 CEO 출신 사외이사는 꽤 바람직합니다. 그들은 갈림길에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내 방향을 제시합니다.”예전에 국내 시총 10위권 기업의 CEO를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다. 해외의 경우 현직에 있으면서 사외이사를 하는 일들이 꽤 많다며 이는 ‘회사와 CEO, 사외이사 모두의 시야를 넓혀주는 윈윈(win-win) 구조’라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 이는 국내선 흔치 않다. 2025년 코스피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새 이사회를 분석한 결과, 총 470명 사외이사 가운데 교수 및 관료출신이 56.6%, 기업인 출신은 20.4%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상장사 현직 CEO는 오로지 단 한 명,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뿐이었다.
이 대목에서 SK의 발상의 전환은 빛을 발한다. 2021년 SK가 김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모신 행보를 놓고 당시 업계는 한국식 관행을 타파한 ‘파격 인사’라는 평을 내놓았다. 사실상 한국에서 현직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건 손에 꼽히는 일이다. 2009년 손욱 전 농심 회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를, 2017년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네이버 사외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SK는 김 부회장의 투자금융 역량을 높이 사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추진하는 사업 방향에 필요한 인물이었다. 식품업계 현직 CEO지만 에너지기업 이사회로 기꺼이 모셨고 자산규모 2조원이 안되는 회사를 이끄는 그를, 자산 200조원이 넘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토록 했다. SK그룹이 형식에 치우쳤다면 그 선택은 애초에 테이블 위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SK는 올 3월부터 김 부회장을 'SK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했다.
이는 폐쇄적 재계 문화에선 ‘실험’이다. 어떤 대기업은 장차관급 정도 돼야 사외이사 풀에 넣는다고 한다. 선임 과정에서 ‘누구 추천이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일도 많다. SK처럼 이사회를 경영 자문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많지 않다. 이는 단순한 인사 사례가 아니라 '사외이사 제도의 목적'을 다시 묻는 시도라 할 수 있다.
2023년 전경련에서 자산총액 상위 2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외이사 선임의 최대 고충으로 기업의 절반(50%)이 ‘인력풀 부족’을 꼽았다고 한다. 익숙한 인맥의 세계에서 벗어나면 의외의 이름들이 보인다. 작금의 사외이사 인력난 본질은 인력풀 크기가 아니라 가치를 읽어내는 안목의 문제인 것 같다. 눈을 돌리면 인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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