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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로 간 기업인]애플 CEO가 나이키 사외이사…한국 이사회와 '온도차'⑥감독형 VS 참여형 '이사회 구조' 차이…한국, '상법 겸직 규제·대기업 구조' 장벽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11 07:58:46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10시3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키의 이사회에는 애플 CEO가, 스타벅스의 이사회엔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앉아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현직 CEO 사외이사’는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서야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직 대부분이 전직이다. 이렇듯 해외와 국내 사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의 ‘존재감’ 차이는 한국의 기업 문화와 이사회 구조적 차이, 기업을 둘러싼 법적 규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의 장점’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확대되고 있는 기조는 이들이 회사의 경영진과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근거한다. 관료 출신이나 학자 출신 사외이사보다 더 빠르게 쟁점 파악이 가능하고 경영 현안을 크게 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라는 게 토론을 해야 되고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실제 많은 이사들이 재무제표를 못 읽는다”며 “재무·회계 전문가가 굳이 아니어도 기본적인 재무 분석 능력이 있어야 분기 실적을 평가하고 자본 배치 정책이나 현금 흐름 등을 알아야 하는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시로 TSMC 이사회를 들었다. TSMC 이사회는 전체 보드 멤버 10명 중 사내이사가 1명, 기타비상무이사가 2명, 사외이사가 7명이다. 그리고 사외이사 중 5명이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CEO 출신이다. 기업인 출신 비중이 71%에 이르는 셈이다.

이 회장은 “선진국은 기본적으로 경영을 아는 분들이 이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옆 나라 일본 역시 최근 수년 행정관료 출신이나 법조인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달 삼성SDI 2조원 유상증자 건도 이사회가 제대로 자본구조와 현금흐름 등을 따져서 이런 유상증자가 필요한지, 차입금으로 조달할 수 없는 것인지 등을 깊이 있게 토론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참여형 이사회’ 지향…'감독형 이사회'에선 기업인 출신 필요성↓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국내와 달리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상은 구체적으로는 ‘감독형 이사회’와 ‘의사결정 참여형 이사회’ 개념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었다. 1976년 버클리대 아이젠버그 교수가 제안한 감독형 이사회의 경우 경영진의 견제, 감독 기능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다. 여기서는 이사진의 독립성이나 권위가 강조된다.

의사결정 참여형의 경우 말 그대로 사외이사들의 의사결정 참여의 기능이 커지면서 회사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하게 되는 이사회 스타일이다. 참여형 이사회에서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환영을 받는다. C-레벨까지 가봤던 경영인들이 아무래도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안건 처리에 밝기 때문이다. CEO 출신 인사들은 기업 생존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전략 검토 시 현장 감각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는 “해외에서는 경영참여형 이사회를 많이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며 “회사의 문화와 상황을 놓고 이사회의 성격을 결정하면 이사회 구성원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여기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bet) 이사회를 예로 들었다. 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이사회가 알파벳 이사회라는 설명이었다. 알파벳 사외이사는 모두 6명인데 이 중 기업인 출신이 4명이었다. 골드만삭스 CFO 경력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회사 회장, 대형 벤처캐피탈리스트, 아마존닷컴 임원, 생물제약사 CFO 등 자본시장 전문가에서 소비재 시장 전문가, 제약사 C-레벨 임원 등이 이사회에 참여 중이었다.

조 교수는 “참여형 이사회에서는 기업인 출신의 사외이사가 전체를 기업의 경영을 조망하는 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며 “다만 구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경영 참여형 이사회에서는 이사진의 시간과 리소스 투입이 상당히 커야 하는 단면이 존재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현직 CEO 출신 사외이사가 드문 이유는

해외에선 현직 CEO들이 타사 사외이사로 많이 활동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전직’이라는 대비도 국가 간 상이한 기업 구조나 법적 환경에 근거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의 경우 한국은 사외이사 겸직 규제가 엄격한 만큼 유능한 경영인의 이사회 참여가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상법상 상장회사의 사외이사가 ‘해당 상장회사 외의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자’에 해당할 경우 그 직을 상실하게 돼있다. 즉 상장사 사외이사를 2곳까지만 겸직할 수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애플 CEO인 팀 쿡(Tim Cook)이 나이키 사외이사를 현직으로 겸직하고,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스타벅스 사외이사를 함께 한다”며 “해외 유능한 기업인을 국내 사외이사로 모시려 해도 해외에서 여러 곳 이사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시켜 규제하니 올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풀어야 하는 매우 한국적인 갈라파고스식 규제”라고 강조했다.

국내 많은 기업집단들이 너무 많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현직 경영인의 타사 사외이사 겸직을 불가하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 교수는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가는데 업종이 겹치면 겸직에 대한 승인이 애매한 것이 사실이고 이는 대기업의 경우 더 심하다”며 “국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의 경우 대부분 퇴직하고 나서도 시간이 꽤 흐른 케이스들이 많은데 본인이 갖고 있던 현업에 대한 지식이나 실무감각, 정보력이 다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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