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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상품부 ‘중용의 미학’

황원지 기자공개 2025-05-12 10:54:08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08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매사의 상품본부는 자산관리업계의 키스톤 같은 조직이다.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와 이를 판매하는 프라이빗뱅커(PB)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리서치를 통해 하우스 뷰를 만들고, 이에 따라 상품을 소싱하고 PB에게 소개한다. 때로는 적극적인 영업사원이면서 동시에 냉정한 문지기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상품부의 전성기는 2010년 전후다. 공모펀드의 황금기 시절이다. 공모펀드는 모든 판매사에 걸리기에 각 하우스에서 어떤 펀드를 추천하는지가 판매를 결정한다. 공모펀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가운데 펀드를 추천하는 상품부의 권력이 강력했다.

2017년을 전후해 사모운용사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모운용사 진입 기준이 낮아지면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펀드가 늘어났다.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부터 시작해 그림이나 배 같은 동산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창의적인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상품부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 기회를 포착한 PB들이 직접 운용사와 접촉해 상품을 발굴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판매는 자신이 할 테니 상품부에서 승인만 해달라는 PB의 요청도 많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공모펀드 시장이 추락하면서 역할이 축소된 상품부는 암흑기를 맞았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 이후로 상황은 또다시 반전됐다. 운용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판매사의 검증의무가 강화되면서다. 상품부의 문지기 역할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했다. 운용사 AUM과 자본규모, 내부통제 절차 등을 살피는 적격운용사 기준이 등장했다. 이제는 좋은 투자기회도 상품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PB의 볼멘소리도 종종 들린다.

사실 상품부의 위상에 정답은 없다. 상품부에서 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톱다운 구조에서는 판매고는 빠르게 늘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필요 없는 상품을 밀어내기식으로 팔 가능성도 생긴다. 반대로 PB가 중심이 되는 보텀업 방식에서는 검증 리스크가 있다. 당시에만 전망이 좋았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물리는 고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러차례 풍파를 거치며 상품부의 역할은 중용을 찾은 듯하다. 최근 만난 대형 증권사 상품부 헤드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리스크 분산이었다. 몇 없는 유니콘 비상장 투자기회를 PB들이 가져오더라도 블라인드로 투자하거나 콜, 풋옵션으로 위험을 줄여야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상품부가 PB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굳건한 문지기 역할로 업계의 키스톤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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