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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헤지펀드, 1년 성공 스토리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

신민규 기자공개 2012-12-07 10:44:01

이 기사는 2012년 12월 07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12월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과 동시에 1호 펀드를 냈다. 프라임브로커인 대우증권과 계열사인 삼성증권의 강력한 리테일망을 통해 관심없을 것이라는 개인고객 자금을 끌어모았다. 사모펀드 투자자수 제한(49인)을 금새 채워나가면서 2, 3호를 추가 설정했다.

운용 기간 수익률 1등. 업계 처음으로 성과보수를 받아냈다. 변동성은 4% 안팎, 약속한 5%를 넘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결산 이후 기존 개인고객과 법인 고유재산 파트에서 추가자금이 유입됐다. 몇 주전에는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가 이 펀드를 편입하기 위해 다녀갔다. 매니저와 운용사, 한국형 헤지펀드 현황에 대해서 이미 파악하고 찾아온 손님이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자존심을 지킨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EquityHedge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Cs클래스 펀드의 지난 1년간 성장사(史)다. 거액자산가(VVIP) 자금 유치와 성과보수, 변동성에 강한 펀드, 해외자금 유치 가능성 등 초기 헤지펀드에 기대했던 대부분을 교과서처럼 실현했다.

이 펀드를 이끈 대표매니저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사진, 51세).무테 안경을 쓴 첫인상은 연구실에 있는 대학교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차분해 보였다. 취미를 물었더니 산림욕과 걷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경력만 20년인 전형적인 토종매니저…"한국 기업이라면 전 종목 자신"

한 상무는 전형적인 토종 매니저 출신이다. 영어도 서툴다. 롱 온리(long only) 펀드 위주로 운용해서 숏(short) 전략 경험도 길지 않은 편이다. 헤지펀드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다소 이해 안되는 대목이다. 헤지펀드 설정 당시에도 이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는 숏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해외자산 편입문제였다. 이론적으로 해외자산은 능력만 된다면 하는 편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맞다. 그런데 해외자산까지 다루자니 숏경험 부재가 더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1호 펀드는 욕심을 버리고 국내기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의 투자대상은 우리가 제일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자는게 컨셉트였다.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할 수 있다면야 좋지만 능력이 안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외 매니저를 영입할 여력도 없었다. 20년 이상 국내기업을 봐왔고 내 후배들과 선배들이 있는데 못 할게 없다고 생각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우리가 한국 기업을 가지고 롱숏을 한다고 하면 그건 인정해줄 것 같았다."

국내기업 투자를 분명히 하기 위해 펀드 이름에 아시아와 같은 명칭도 넣지 않았다. 세개 펀드의 설정액이 아무리 커져도 투자대상은 국내로 제한돼 있다. 일부 헤지펀드들이 자금이 늘어나면 해외자산을 편입하려고 '아시아'나 '퍼시픽'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과 대조적이다.

숏(short)전략은 롱(long)하지 않을 기업을 숏바스켓에 담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전에는 롱 온리 펀드를 운용해서 나쁜 주식, 나빠질 주식은 편입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숏전략 구사를 위해 버릴 종목이 없어진 셈이다. 오랜 롱 매니저 경험으로 인한 숏 구사시 선입견 같은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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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은 최대한 자율권 부여 … 기업탐방 때는 경비실 가볼 것"

한 상무의 1호 펀드 결산 수익률은 7.52%. 스타매니저가 담은 종목이 궁금했다. "차·화·정처럼 거론할만한 특정 섹터는 없다. 기본적으로 국내기업의 모든 섹터에 대해서 소홀한 게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아하는 기업은 있을 수 있다. 시가총액이 크다고 10%를 편입하고 코스닥 기업이라 작다고 0.2% 채우지 않았다. 좋으면 3%까지 담았다."

행간에는 자율성이 읽혔다. 대표매니저 주도의 적극적인 운용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는 사내규정으로 순자산의 3%까지 매니저가 자율적으로 담을 수 있다. 한 상무가 올해 좋게 보고 가져간 종목은 삼성전자. 나머지 다른 주니어 매니저 역시 자기가 좋아하면 3%까지 채울 수 있다. 다만 코스닥 기업은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10%를 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합의를 거쳐야 한다. 한 상무 표현대로는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서로간에 방임적'이다. 매니저가 숨막히면 안된다는 것이 지론. 운용업계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매니저에게서 호랑이 선생님같은 느낌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소탈하고 섬세해보였다. 그는 기업탐방을 할 때면 경비실에서 30~40분은 자리를 지킨다고 했다. 경비실에 드나드는 차량, 통근버스에서 나오는 직원들 표정, 제품이 들어오고 나간 일지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이런 방식으로 변화하는 기업을 찾는다고 했다.

◇롱 매니저 출신이 1호 헤지펀드 내기까지

"하나UBS자산운용에서 15년간 국내주식과 아시아 주식을 운용했다. 동양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 시절 만들었던 중소형주고배당 펀드와 삼성그룹주 펀드 역시 롱 온리 펀드였다. 절대수익 쪽에 관심을 가진건 마이에셋자산운용에서 마이트리플스타 펀드를 운용하면서부터였다."

한 상무는 이 펀드를 2008년 6월 코스피 지수가 1700에서 1100까지 박살났던 시기에 넘겨받았다. 중국 주식 위주였던 펀드를 그가 자신있는 국내 순수주식형으로 리모델링했는데 장이 바로 깨지기 시작했다. 당시 지수가 35%까지 떨어졌을 때 그의 펀드는 -25%로 벤치마크(BM)대비 선방했다. 피어그룹에서는 랭킹 3%안에 들기도 했다. "그때 많이 깨진 고객은 -40%까지도 손해를 봤다. 코스피 대비해서도 잘했고, 피어그룹 대비해서도 잘했다. 분명 그 기준으로는 내가 잘했는데 고객이 과연 그렇게 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객들 중에는 한 상무의 친척들도 상당수 있어서 더 그랬다. 처제만 다섯 명인 그가 장남으로 집안에서 다같이 모여 제사를 치를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졌을 법 했다. 펀드 고객의 80%를 일일이 기억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상심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는대로 절대수익형 펀드를 내보자.' 2009년부터 한 상무는 절대수익형 사모펀드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수에 상관없이 매년 10% 성과를 추구하는 펀드였다.

작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왔을 때도 가장 먼저 시작한게 절대수익형 펀드였다. 당시 코스피가 2150일 때 6개 사모펀드를 설정해서 연 10% 레코드를 쌓았다. 헤지펀드가 언젠가는 국내 시장에 열릴 것으로 보고 준비한 면도 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닥치면서 준비에 나섰다.

당시 운용했던 사모펀드는 1호 헤지펀드의 전신 격이다. 한 상무의 사모펀드와 채권형 펀드, CTA(추세추종전략) 펀드 세개가 검토됐다가 가장 현실성있는 한 상무의 펀드를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1호 헤지펀드는 기존 사모펀드의 전략에다가 헤지펀드 특징인 숏 전략과 레버리지만 새로 붙여서 냈다. 기간으로 따지면 3년간 사모펀드로 한 상무가 굴려본 후에 나온 것이니 트랙레코드(운용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략은 총 네가지. 롱 포지션을 가지고 가는 주식 비중이 25%, 반대로 숏 포지션을 가지고 가는 비중이 25%다. 롱숏을 동시에 진행하는 뉴트럴 롱숏이 25%, 이벤트 드리븐 전략으로 나머지 25%가 들어갔다. 이벤트 드리븐은 주로 블록딜 거래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분할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SDI 매수매도 거래, SKT의 포스코 지분 블록딜, 한전의 한전 KPS지분 블록딜, 애경유화 기업분할 건 등에 관여했다.

◇'투자와 마케팅' 살려야 … "10년안에 10조 원 목표"

한 상무는 투자와 마케팅을 한국형 헤지펀드 과제로 강조했다. "첫번째는 투자가 안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차이니즈 월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운용사 입장에서 투자가 어려운 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와 엄격하게 분리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두번째는 마케팅이 안되고 있다. 운용사의 자기자본 투자 한도를 늘리고 펀드매니저도 자기 돈을 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투자와 마케팅이 잘되면 시장도 커진다. 한 상무 목표가 10년 안에 10조 원을 키우는 것이니 두가지 문제가 시급해 보일 법도 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헤지펀드 투자가 이뤄지려면 회사 차원에서 밀어줘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 헤지펀드팀이 알아서 해야 하는데 당장 헤지펀드는 돈이 안되는 상황이라 이것도 어렵다. 결국 업계 형편을 고려하면 기존 인력들이 팀에 와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운용을 분리해놓은 상태라 사모펀드를 버리고 돈이 안되는 헤지펀드로 오라고 하기가 힘들다. 무리한 차이니즈 월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한 상무 스스로 많이 받는 질문인 것 같기도 했다. "고객들이 투자를 검토하다가 '너희 회사는 얼마나 투자했냐. 너는 투자했냐'고 종종 묻곤 한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돈을 태울 필요가 있다." 현행 기준상 운용사는 자기자본의 10% 한도 내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펀드 내에서는 30%를 넘어서는 안된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아직 자기 돈을 투자할 수 없다.

"그간 자산운용시장에 나온 펀드들이 반짝 하다 시든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신뢰를 깎아 먹었다. 롱런하는 펀드를 만드는 것이 모든 운용사가 살 길이다. 지금 당장은 1등이 될 수도 있고 5등이 될 수도 있다. 다만 10% 안팎을 꾸준하게 변동성을 낮춰서 유지해나가는 것으로만 평가해달라. 10년 안에 10조 원 펀드 만들겠다. 성과보수로 1000억 원 정도 받는 세상이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 주요 약력

△연세대 행정학과 1988년 2월 졸업

△하나UBS자산운용 1990.1 ~ 2005.02
△동양투자신탁운용 2005.2 ~ 2006.12
△마이에셋자산운용 2008.8 ~ 2011.02
△삼성자산운 용 20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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