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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거스를 수 없다…전통주가 강세장 주도" [자산운용사 CIO 테마인터뷰]상승장은 오는가②

박상희 기자/ 박시진 기자공개 2014-05-22 12:06:00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더벨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주식운용본부장을 대상으로 '테마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천편일률적인 시장 전망 중심의 인터뷰를 지양하고, 사전 서베이에 근거해 강세장, 약세장 등 테마를 정해 개성있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에서 전략을 책임지는 CIO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담에 참석한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국내 기업의 배당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성 자금이 글로벌 트렌드상 자연스럽게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정책 등에 쓰일 수밖에 없고, 이게 증시 상승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또 박스권에서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주 시대는 가고 전통주가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형주에 투자 했던 중소형주·가치주·롱숏펀드 등이 투자 전략을 달리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달러/원 환율 하락)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됐다고 조언했다. 2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넘쳐나는 달러를 감안하면 이전의 강달러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 다만 환율하락이 급속할 경우 금리 인하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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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

- 과거에는 성장이라는 기업의 꿈을 보고 투자했다면 최근엔 배당이라는 현금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 문화가 발전하는 단계라고 봐야 하나.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이하 남) "정부도, 가계도 부채가 많다. 돈을 갖고 있는 경제 주체는 기업 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선 세금으로 모자란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작년에 소득세율로 정책을 바꿨고, 올해는 종합과세 정책도 바꿨다. 기업 최저한세를 올리고 법인세도 계속 내리다가 올렸다. 기업들 위주로 돈을 갖고 있으니까 세금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한편 기업이 배당을 실시해 민간으로 자금을 풀도록 하는 거다. 그 출발점이 지난해 삼성전자가 해외 애널리스트 대상 IR(기업 설명회)에서 배당을 더 주겠다고 한 거다. 3~4년 사이 여론도 바뀌었다.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배당을 하면 국부유출이라고 반대했다. 지금은 배당 안 하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아진다고 아우성이다. 결국 방향은 배당을 하는 쪽으로 간다. 배당이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제공한다면 배당 효과로 주식시장은 오를 거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이하 정) "정부에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 과세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된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시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 자사주를 매입할 수도 있고 배당을 할 수도 있다. 과거 인텔의 경우 성장이 멈추고 나서도 매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고, 그에 힘입어 주가가 계속 올랐다. 자사주 매입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년에, 내후년에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추세를 보면 많은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있고, 전환 이후에 배당을 많이 한다. 그렇게 되면 주주들이 대주주 입장에 서게 된다. 배당 문화가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문 것이 대기업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의 프레임은 중소기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최근까지 중소형주펀드, 가치주펀드, 롱숏펀드 등이 인기 있었던 배경에도 중소형주 강세 흐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흐름이 어떻게 갈 것으로 보나.

"주가 퍼포먼스 측면에서 극단적이었던 상황은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IMF) 때였다. 당시 대형주는 괜찮았지만 중소형주는 형편 없었다. 사이즈가 작으면 불안하니까 부도 리스크가 밸류에이션에 급격하게 반영된 결과였다. 롯데칠성 등 멀쩡한 기업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배, 0.2배로 떨어지고, 주가순이익비율(PER)도 1배, 2배까지 떨어졌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 같으면 그런 주식을 사모았겠지만 당시엔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3~4년 지나고 보니 사이즈 작다고 부도나는 게 아니라는 심리가 형성됐고, 2002년부터 주가도 정상화 됐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과거 대형주가 승승장구 하다가 최근에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반면 불안한 중소형주들이 '스몰 뷰티(small beauty)'가 되면서 프레임을 바꿔 버렸다. 지금 중소형주를 보면 싼 주식보다 비싼 주식이 많은 것 같다. 그 동안 박스권 장세에서 중소형주들이 충분히 향유한 것 같다. 지금부터는 전통주들이 강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상반기에 중소형주가 뱅가드 이슈로 16~17% 정도 올랐다. 올해도 코스닥 종목이 코스피100과 비교했을 때 20% 이상 올라갔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달도 차면 기운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소형주가 올라도 지수엔 영향력이 별로 없다. 거기에다 지금 대형주는 무척 싸다. 투자자들이 결국 대형주를 쳐다보게 돼 있다. 지수 저점이 1940포인트로 올라오면서 변동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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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금융위기 전에 환율이 1100원에서 900원으로 빠졌을 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경험도 있다. 환율 하락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인가.

"현대자동차가 울산에서 생산하는 차 비중이 40%가 안 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어디에서 생산하나. 국내가 아니라 베트남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관성적인 생각 때문에 환율하락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감이 있다. 외환보유액이 3550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고 불황형 흑자라고 하지만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 강국을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1300~1400원 하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는 힘들다. 지금 환율하락이라는 방향성은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된다."

"과거 수출이 중요하던 시절에 환율이 조금만 움직이면 대기업 입장에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라는 식으로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됐다. 그래서 환율하락은 악재라는 프레임에 빠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속도는 문제겠지만 점진적으로 빠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율 하락의 속도가 지나치게 우려될 경우 금리 인하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증시가 오르려면 내수주가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환율 하락은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데 내수주가 오르면 증시도 백발백중 오른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이하 김) "환율이 좋았을 때 주식시장이 좋았다는 과거 데이터는 주가와 환율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인과 관계를 보면 글로벌 경기가 좋았고, 수출이 잘 돼 경상수지가 좋아지면서 환율이 강했던 것뿐이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키코(KIKO)상품 사서 헤지하고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단기차입금 빌리고 하다가 고생하지 않았나. 환율 하락이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자명하다. 리서치센터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환율이 얼마가 떨어질 때 기업의 이익률이 얼마가 떨어진다라는 숫자가 나와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내수에 좋을 거라는 단순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 금리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채권이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금리도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 엇박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리나라 금리 변동성이 미국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다. 일단 국내에 돈이 많고 이 정도 금리 수준이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리 방향성이 위로 갈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이야기 해 온 한국은행의 완고한 입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흐름을 보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부양책이라도 써야 할 것 같은데 금리 변동성이 거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금리는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게 경제에 시그널을 주고 시장을 작동하도록 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 상황은 자생적으로 순환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경기부양 스탠스에 있다. 아직 그런 단계가 지나가지 않았고, 시장금리가 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면 시장이 참 똑똑한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금리 인하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하할 때 우리나라도 금리를 더 떨어뜨렸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은행이 물가 인상을 지나치게 염려했던 것 같다.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낮출 때 인하를 못해서 지금 금리 인상도 힘든 것 같다. 지금 금리를 올리려니 애매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CIO)

△ 1963년 경남 출생
△진주고, 서울대 졸업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상무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한화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상무

△1971년 대구 출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삼성생명보험
△삼성자산운용
△아인에셋투자자문

◆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

△1971년 진주 출생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 한화증권
△ 신영투자신탁운용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 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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