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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선택과 집중 '통했다' 혈액제제·백신 안정적인 '투트랙'...M&A 등 공격적 경영 토대 마련

장소희 기자공개 2014-11-07 09:30: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5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가 인하에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로 제약업계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녹십자만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오랜 기간 백신과 혈액제제로 승부수를 띄워온 결과 후발주자들이 넘을 수 없는 입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녹십자는 제약업계 최초로 분기 매출 2800억 원을 넘겼다. 독감백신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8.5% 증가해 2824억 원을 달성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계절 요인으로 합류된 독감백신 국내시장 판매 실적이 예년치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한국MSD와 공동판매하고 있는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의 매출가세로 백신제제 국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해외수출 부문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며 실적 신장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녹십자가 분기 매출 28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종플루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 2010년 1분기 매출액은 2868억 원으로 올해 3분기 매출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의 도약이 시작된 시점이 이때라고 입을 모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녹십자는 꾸준히 성과를 내는 기업이기는 했지만 다른 상위사들과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 업계 내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며 "신종플루 때 국내 유일의 백신 사업자로 인정받으며 한단계 올라섰고 최근에는 수출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라고 평했다.

녹십자의 성장 비결로 꼽히는 점은 무엇보다 백신과 혈액제제 중심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다. 두 품목 모두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시장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자리잡은 것들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녹십자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는 품목이 혈액제제다. 그 뒤를 백신제제(11%)가 잇는다.

혈액제제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며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분야다. 지난해 기준으로 혈액제제 수출액만 840억 원을 넘어섰고 녹십자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초에는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준공에 나서면서 글로벌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국내공장(오창공장)을 포함해 혈액제제 생산 공장으로만 세계 8위 규모를 자랑한다.

백신제제는 시장 성장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빛을 본 경우다. 국내 후발업체들이 올해 들어 뒤늦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녹십자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에는 백신 수출이 늘며 해외매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4분기에는 범미보건기구 북반구 독감백신 수출분이 반영돼 백신수출 성장세가 더욱 눈에 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과 혈액제제 두 품목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이끌어주는 덕분에 제약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M&A를 추진하는 기업으로도 손꼽힌다. 완전한 인수나 합병이 아니더라도 지분투자를 통해 꾸준히 수익을 얻고 있다. 2001년 인수한 상아제약, 2012년 인수한 이노셀 등은 녹십자 자회사로 흡수된 후 독자적인 사업영역 구축에 나서 녹십자 실적에 일부 기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자체 사업 외에도 M&A나 지분 투자 등을 항시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 결국은 본업이 잘 되기 때문"이라며 "최근 제약업계 환경 변화를 가장 잘 비켜가며 자리잡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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