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현대상선·한진해운 통합, 실익 있을까 노선 특성 고려할 때 규모 경제 실현 쉽지 않을 듯

권일운 기자공개 2016-04-27 13:45:5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5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의 경제 실현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양대 국적 컨테이너 해운사 합병 시나리오는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노선과 항만 인프라, 영업망 중첩 등의 문제로 인해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현재 남아있는 사업부는 사실상 컨테이너 부문이 전부다. 컨테이너선 운영은 정해진 항로를 정해진 일정에 맞춰 순회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시내버스와 비슷한 체계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화주와 사전에 계약한 물량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은 보통 출발지와 도착지가 한 곳으로 정해져 있다.

이런 이유로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시나리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선 중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제각각 한국을 출발해 대륙별로 주요 거점 항구를 순회하는 정기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노선이 대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물론 한진해운이 보유한 부산-함부르크(독일) 항로처럼 전 세계 해운사를 통틀어 국내 선사만 보유한 노선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고, 틈새 항로가 있다고 해도 물동량 자체가 많지 않은 이른바 '마이너' 노선에 속한다. 결국 노선 다각화 차원에서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도 명분이 적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국가별 기항지가 조금 다를 뿐 대동소이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비슷한 노선을 보유한 두 해운사를 합한다고 해도 이들 회사의 실적 악화를 낳은 가장 근본적 원인인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비슷한 노선을 운영하는 이들 회사는 각각 글로벌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어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얼라이언스 소속사들이 자신이 약점을 나타내는 항로를 다른 소속사 항로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화주들을 공략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동등한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합병했다고 가정하면 얼라이언스 확대 효과도 적다는 분석이다. 합병 신설 해운사가 기존 얼라이언스 관계를 모두 유지하기는 어렵고, 결국 어느 한 곳의 얼라이언스에만 소속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단순히 선복량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하기 위해서는 항만과 화물터미널 등 컨테이너선 운영 인프라 통합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프라 통합의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지적이다. 일례로 양사가 거점 항구로 쓰고 있는 부산신항만만 하더라도 두 회사 터미널의 물리적 위치만 가까울 뿐 현장 용역, 중개업체, 인력 등 모든 시스템이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이 '1+1'의 효과를 낳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며 "현재 거론되는 정부 주도의 국적 컨테이너 선사 합병 시나리오는 좀더 상황이 나은 선사가 자체 선박만으로 가까운 노선만 운영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곳을 흡수하는 그림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