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17일 12: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류분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 소송도 급증하는 추세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몰아서 증여를 하였더라도 다른 상속인들이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말한다. 유류분 분쟁의 핵심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한 부분까지 감안하여 상속재산을 분배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류분은 1977년 민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입되었고, 1979년부터 시행되었다. 과거 유류분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① 가족의 연대기능의 강화, ②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 ③ 상속인의 부양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유류분이 도입되던 시기에는 가족이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서 기능을 하였다. 그리고 가장인 아버지의 재산도 실질적으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아버지의 재산 형성에 대해 자녀 또한 일정부분 그 지분을 주장할 명분이 있었다.

또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으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인이 아직 어린 경우가 많았다. 피상속인이 전재산을 제3자에게 준다는 유언을 남긴 경우, 상속인의 생계가 곤란한 경우가 많았으므로 유류분 제도의 신설을 통해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부양을 해 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우선 핵가족화가 진행되며, 가족의 연대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모은 재산은 대개 아버지의 노력으로 형성된 것이지, 자녀가 기여한 경우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피상속인의 사망 연령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속인이 상속을 받는 나이도 늘어나게 되었다. 통계에 의하면 평균 50세가 넘어야 상속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즈음이면 이미 상속인은 스스로 경제적 부양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유류분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류분 제도에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유류분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자기가 번 돈을 자기가 원하는 사람에게 줄 자유가 추후 유류분에 의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우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많다.

해외를 살펴보아도 유류분 제도를 현대사회에 맞게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데, 구체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2006년 민법 개정을 통해 유류분 제도를 현대사회에 맞게 대폭 손질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유류분 제도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08년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유류분의 부작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맞게 우리나라도 유류분 제도에 관하여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효석 KEB하나은행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서울시,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법률자문
[저서] '알고 싶은 부자들의 법률 상담 사례집' 저자(2013년)
[저서] '잘사는 이혼법 행복한 상속법' 저자(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