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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 확신했던 DICC 재무투자자, 패소 배경은 허술했던 계약‥"애시당초 불리했다" 중론

김일문 기자공개 2017-01-25 08:08:58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0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이하 DICC)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은 과연 승리를 확신했을까. 시장에서는 불리한 계약 구조로 인해 처음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FI가 항소에 나서더라도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FI들이 지난 2011년 DICC 소수지분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두산그룹과 맺은 계약 조건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FI들은 DICC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를 추진하되 만약 IPO가 불가능해 질 경우 두산그룹이 해당 지분을 인수하는 콜옵션 조항을 삽입했다.

DICC 실적이 예상과 달리 급전직하 하면서 IPO 계획은 무산됐고, FI들은 두산그룹에 사실상 우선매수권리였던 콜옵션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목할 점은 콜옵션의 조건이다. FI들은 두산그룹이 콜옵션 행사 가격으로 `투자 원금+IRR 15%` 또는 3자 매각 금액 가운데 하나를 취사선택 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실적 악화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DICC에 `투자원금+IRR 15%` 조건이 붙어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FI들의 드래그얼롱 옵션 발동을 통한 3자 매각 가격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FI들은 소송 과정에서 두산그룹이 3자 매각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FI들의 DICC 외부 매각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부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DICC를 인수할 새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매각 가격은 투자 원금보다 한참 못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격으로 두산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FI들은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결국 3자 매각은 두산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FI 스스로도 현실화 시켜서는 안되는 카드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같은 전략은 코너에 몰린 FI들에게는 일견 효과적인 카드로 작용했을 수 있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두산그룹이 절대로 DICC를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그러나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동시에 조립 공장에 불과한 DICC에 관심을 가질 만한 원매자를 찾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PE업계에서는 당시 FI들이 맺은 계약이 두산그룹에 다소 유리했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우선 콜옵션 가격이 원금+IRR 15%와 3자 매각 금액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or) 방식이 아니라 둘 중 더 비싼 금액(Max)으로 행사하도록 강제했다면 FI들의 엑시트가 보다 수월했을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후순위 투자자가 원금손실의 위험을 떠안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도 다수의 관계자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DICC 구주 20%를 인수한 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보다 더 앞서는 선순위 주주가 됐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DICC를 살 사람이 별로 없어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리더라도 선순위 출자자가 됐다면 적어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줄여줄 수 있었다는 논리다. 두산그룹도 DICC의 후순위 주주가 될 경우 외부 매각시 자회사를 팔아도 남는게 없으니 FI의 드래그얼롱 행사를 적극적으로 막으려 노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러한 계약 조건이 성사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도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FI들이 투자할 당시는 DICC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던 때였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출자기관 담당자는 "만약 FI들이 빡빡한 거래 조건을 제시했다면 두산그룹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DICC가 이토록 실적 악화에 허덕이게 될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계약 역시 까다롭게 만들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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