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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무학 회장, 16년 투자 '3200억' 잭팟 [지방 소주업체 열전]②지분 16.5%→49.7%… 264억 투자, 현 시가 3455억

박창현 기자공개 2017-05-29 08:18:02

[편집자주]

소주는 서민의 술이다. 지역색도 강하다. 정부는 과거 소주 업체를 육성한다며 1도(道) 1사(社)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폐지됐지만 시장 지배력 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며 그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객관적인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지방 소주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 미래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이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력 강화와 자산 증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초 16%에 불과했던 지분율은 장내·외 지분 매입 결과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다.

그 사이 무학소주는 텃밭인 경남을 넘어 부산 시장까지 점령하면서 소주 빅3로 성장한다. 주가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264억 원을 주고 샀던 주식 가치가 현재 3400억 원을 넘어섰다.

최 회장은 무학 창업주인 최위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일찌감치 적통 후계자로 낙점을 받으면서 28살인 1988년 무학 기획실장으로 입사한다. 입사 후 6년이 지난 199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후계 구도가 명확해지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활발히 진행된다. 여타 그룹사와 달리 무학그룹은 전사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 없이 최 회장 스스로 사재를 투입해 지분과 지배력을 확대해 나갔다.

무학

2000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최 회장 지분율은 16.59%에 불과했다. 최대주주 자리도 아버지인 최위승 명예회장이 계속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최 회장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최 명예회장은 그 해 3월 보유 지분 일부를 팔면서 1대주주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사실상의 대관식이 끝나자 최 회장은 지분 매입 속도를 높인다.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지분율을 22.61%까지 끌어올린다.

최 회장의 지분 매입 행진은 이후 15년간 지속된다. 최 회장은 여타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했다. 오너일가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 대량의 지분을 사고 팔 때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외거래 방식을 택했다.

2002년 11월 특수관계자 지분을 2.68% 신규 취득하면서 최초로 지분율 30%를 넘어선다. 2년 6개 월 뒤인 2005년 6월에는 40% 고지를 점령한다. 최대주주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자 이후부터는 지분 매입 속도를 늦춘다. 대신 지배구조 재편 일환으로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무학 지분을 계속 매입했다.

그렇게 2011년 3월까지 모은 지분이 49.72%에 달한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는 매년 주식배당을 받았고, 그 결과 현재 지분율이 49.78%로 늘어난 상태다. 16년 여에 걸친 중장기 지분 매입 계획을 실행하면서 확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덤으로 자산증식이라는 열매도 거두게 됐다. 최 회장이 지분 매입을 시작했던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무학 주가는 3000원(무상증자 및 주식분할 반영) 수준에 불과했다. 2003년 3월 6일 지분 매입 거래 때는 주당 취득 가격이 1650원에 불과했다. 2010년 들어서도 4000원 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2013년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다.

부산 소주시장 맹주였던 '대선주조'가 먹튀 논란 등으로 휘청거리자 그 빈틈을 무학이 치고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학이 1등 자리를 꿰차면서 주가와 실적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15년 한 때 6만 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조정기를 거치면서 2만 5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가 매수에 성공한 최 회장은 주가 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00년 9월 당시 16.59%에 그쳤던 지분율은 현재 49.79%에 이른다. 이 기간 주식만 1379만 6009주가 늘었다. 이 지분을 확보하는데 최 회장이 사용한 비용이 264억 원이다.

반면 신규 취득한 주식의 현재 시가(24일 종가 2만 5050원 적용)는 3455억 원에 달한다. 당장 취득비용을 제외한 평가차익만 3190억 원이 넘는다.

최 회장은 2000년 이후 무학 주식을 계속 사들이기만 했을 뿐 단 한번도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에 나서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선 최 회장 지분율이 경영권을 확보하고도 남는 수준인 만큼 향후 경영권 외 지분을 활용해 여러 자금 수요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가장 큰 관심사는 후계 승계다. 최 회장의 아들인 최낙준 씨는 2015년 3월부터 무학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등기임원에도 선임돼 경영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다만 최 씨는 무학 지분이 전혀 없다. 최 회장 주도로 후계 승계 계획이 실행되면 수천억 가치를 지닌 지분 자산이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재호 무학 회장은 투자와 금융상품 등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인 또한 무학 지분 투자를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불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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