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13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능한 상사 vs 입맛에 맞는 상사이 구도는 직장인들의 영원한 딜레마다. 조직의 성장과 직원들의 역량발전을 위해선 성과를 내고 이끌어갈 수 있는 유능한 상사가 필수다. 유능한 상사는 업무추진력이 강하고 깐깐하며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 휘하에 일하는 건 솔직히 힘들다. 그래서 입맛에 맞는 상사에게 눈길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과 직원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유능한 상사다. 입맛에 맞는 상사는 인기에 영합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며 업무 및 조직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이 이끄는 조직에서 업무처리가 허술해지고 기강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 2014년 회장과 행장의 다툼으로 망가진 KB금융은 '윤종규'란 유능한 상사를 만나 환골탈태했다.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외풍에 약한 지배구조를 고치는데 힘을 기울였다. 손해보험과 증권사 인수 등을 통해 비은행 비중을 40% 가까이 끌어올려 그룹의 수익구조도 개선했다. 향상된 조직효율성과 지배구조 덕분에 KB금융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도 KB금융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차기회장 선출을 앞두고 유력후보인 윤종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중이다. 제왕적 경영, 선출과정의 불투명성 등 온갖 프레임을 붙여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내부 설문조사 조작의혹을 주장하며 검찰고발까지 언급한 상태다.
노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수록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일단 윤 회장은 퇴진해야 할 정도로 KB금융 기업가치를 훼손했거나 회사경영에 악영향을 끼친 적이 없다. 일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처럼 비리혐의에 휘말린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노조가 윤 회장에게 적대적 반응을 보이는 진짜 이유를 궁금해 한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 계열사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크게 3가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성과연봉제 도입시도, 강한 드라이브에 따른 피로감과 실적압박, 금융노조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대변되는 노조친화 정치적 분위기 등이다. 사실 생산성과 실적 제고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영자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 있긴 어렵다.
그렇다 해도 노조의 지금 같은 행보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의 영업 드라이브로 직원들이 힘드니 처우개선 및 이익분배를 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노조의 취지에 맞는 행동이다. 회장선출에 개입하겠다며 별 문제가 없는 최고경영자를 흠집내는 것은 제3자가 봐도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다.
현재까지의 행동을 보면 KB노협은 입맛에 맞는 회장을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입맛에 맞는 상사'가 애써 손에 넣은 리딩뱅크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유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금융의 발전을 위해선 '유능한 상사'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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