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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운과 실력 사이

배장호 기자공개 2017-10-31 09:24:50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0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과 '실력' 중 투자의 성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꼽으라면? '무슨 질문이 이런가' 혹여 성내는 이가 있을 지 모르겠다. 투자가의 경험칙이 다르고, 거래의 사정들이 다를텐데 말이다.

운과 실력 둘다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실력도 좋은데 운까지 따르니 투자의 성과는 보나마나 '백전불패'다. 좋은 물건을 찾는 눈을 가졌고, 찾은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발현시킬 줄 아는 실력있는 투자가인데, 운까지 따른다니 말이다.

가령, 이런 식이 아닐까? 투자 시점에 업황 전망이 어두워 경쟁자 없이 낮은 비용만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다든가, 회수 시점에 매물을 내놓으니 장밋빛 전망들이 난무(?)하며 원매자들이 줄을 선다던가.

모든 운이 모조리 들어맞을 필요도 없다. 인수 당시 경쟁이 치열해 비싸게 샀다는 평이 많았고, 심지어 '승자의 저주'가 염려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투자였는데 막상 투자 회수에 나서고보니 상상못할 대박이 기다리고 있다던가.

따지고 보면 어디까지가 실력이고 어디까지가 운인지 분간이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 시점에 경쟁자가 없어 투자 대상을 싸게 살 수 있었던 건 실은 투자자의 안목이 남달랐다는 방증이라고 여길 수 있다. 회수 시점의 장밋빛 전망은 어쩌면 투자기업을 인수한 후 새로이 만들어낸 성장 스토리가 배경이 됐을 지 모를 일이다.

"그런 운이 따랐다니, 누구라도 대박을 냈겠다"는 식의 가정은 부질없는 치기다. 부러운 마음에 어디 한 구석에라도 흠을 내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남이 못보는 물건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내가 가진 매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 줄 원매자를 찾아내는 것도 실은 실력있는 투자가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자산가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이름값을 얻게 된 투자전문가를 선호하는 이유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드높은 명성을 가진 투자 조언자를 찾아나서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KKR이 그 맹맹하다는 한국 맥주로, 어피너티가 한 곡당 몇백원하는 음원을 파는 사업으로, MBK가 일본 오사카 놀이공원 투자로 '그렇게' 각기 경이적인 투자 성공들을 거둔 것이 그저 운 좋았기 때문이라 여긴다면 착각이다.

최근엔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우리나라 화장품 투자 회수로 불과 1년여만에 초대박을 눈앞에 뒀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력으로 대박을 만들기를 바라는 투자가라면 "운 좋다"고 질시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거두게 된 투자 성공의 요인들을 찬찬히 뜯어보는 게 우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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