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 금전거래 '도마 위' [부영의 고속성장과 그늘]'고금리+과도한 지원'…이중근 회장, 배임죄 적용되나
이명관 기자공개 2018-02-28 08:24:34
[편집자주]
35년 만에 재계순위 20위권에 진입한 부영의 고속성장은 드라마틱하다.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은 주택임대업에 진출해 자산 21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수의 건설사들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자랑했다. 주택임대업의 특성상 외풍은 피할 수 없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정부기금 지원과 택지 배정 등으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중근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부영의 성장 스토리와 사업구조,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08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구속 사유 중 하나로 부영 계열사간 자금거래가 지목됐다. 검찰은 부당한 금전거래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판단하에 이 회장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다. 일반대출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대여가 이뤄진 데다 금액도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부영그룹이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당 자금지원'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했다. 부당 자금지원은 특수관계인 혹은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여금 등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해 부당한 이익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금융권 차입거래와 비교했을 때 높은 금리로 계열사에 자금을 대여했다"며 "대여금 규모도 조 단위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부당 자금지원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동광주택은 부영엔터테인먼트에 5억 원을 대여했다. 이후 매년 대여금을 증액했다. 2011년엔 1054억 원으로 단번에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로도 매년 수백 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빌려줬다. 계열사 대여금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5년으로 5074억 원이었다. 지난해엔 3515억 원대의 자금지원이 이뤄졌다.
동광주택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열사를 대상으로 빌려준 자금 총액은 1조 4328억 원이다. 주요 차입처는 지주회사인 ㈜부영을 비롯해 부영주택, 부영CC, 동광주택산업, 부영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이중 대여금 액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부영주택이다. 지난해까지 부영주택에 빌려준 자금은 총 8270억 원으로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가장 많은 자금 지원을 받은 부영주택도 계열사 지원에 적극 나섰다. 부영주택이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986억 원이다.
대규모 자금대여는 고금리로 이뤄졌다. 부영 계열사들이 외부 금융기관에서 빌릴 때보다 금리 수준은 1%p 가량 차이가 났다. 금융권에서 빌린 일반대출 금리는 장·단기 포함 3~4%대 수준이었다. 반면 그룹 계열사 간 차입 시 금리는 4.6%~5.5% 대를 보였다. 최고 금리는 10%를 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돈줄 역할을 했던 동광주택과 부영주택은 고금리 대출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동광주택의 경우 2011년 45억 원이던 이자수익은 2012년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4년 206억 원, 2016년에는 249억 원을 기록했다. 부영주택도 매년 계열사 대출을 통해 200억 원 안팎의 이자 수익을 거뒀다. 계열사에 대한 고금리 대출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셈이다.
반면 계열사 대여금을 고금리로 차입만 했던 ㈜부영과 부영CC, 남양개발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가량 불필요한 이자를 지불해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검찰은 그룹 전반에 걸쳐 문제를 야기한 책임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며 "이 회장은 ㈜부영을 통해 그룹 계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며 그룹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부영그룹이 막무가내식의 금전거래를 지속해온 것은 그룹의 성장 속도와 달리 경영체제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룹은 성장했지만, 그에 걸맞은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 회장은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보고 의사결정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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