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름 그대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인덱스 펀드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시기는 2002년이다. ETF는 초기엔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펀드와 같은 분산투자 효과를 누리면서 운용보수가 낮고, 주식처럼 거래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투자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70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앞으로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퇴직연금을 통해 ETF 투자가 가능한데, 이 퇴직연금 시장은 매년 수십조원씩 커지고 있다. 그만큼 ETF로 유입되는 자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경쟁 속에 그간 운용사들은 투심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해왔다. 개발되는 ETF도 한 달에 많을 땐 2~3개에 이른다. 한 달에 10개 이상의 ETF가 새롭게 등장할 때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상품을 모방하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물론 좋은 상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거래소의 기조를 보면 당분간 상품 론칭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보수적으로 ETF를 바라보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ETF를 상장하기 위해선 빡빡한 거래소의 눈높이를 넘어서야 한다. 이전보다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더해 모험적인 상품, 창의적인 상품을 론칭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거래소가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보다는 직관적인 상품을 선호해서다.
거래소의 기조에 우려가 드는 것은 기우일까. 상품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문제로 지적돼 온 상품 베끼기 역시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도전적인 상품이 사라지면서 비슷하고 획일화된 상품들만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물론 거래소의 기조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20여년 동안 출시된 ETF 상품은 1000여개에 달한다. 많은 수의 ETF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거래량의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매매가 쉽다는게 ETF의 장점인데, 거래량이 없다는 이야기는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를 했다가 매도를 해야하는데 이를 받아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대로 투자금이 묶이게 된다.
보통 이 같은 상품을 좀비ETF라고 부른다. 자본시장법상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 ETF는 상장폐지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상장폐지하는 상품들도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운용사들은 ETF를 그대로 방치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상품이 쌓여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거래소로선 지나치게 많은 상품에 관리측면에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보수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명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혜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입구를 막는 게 정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출구를 막아놓은 상태에서 입구만 막는다면 결국 그 안의 내용물은 곪을 수밖에 없다. 시선을 달리해서 출구를 열어두는 것은 어떨까. 결국 선택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도태된 상품의 상장폐지가 보다 수월해진다면 굳이 보수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더라도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김정수 애큐온저축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
- [thebell note]찜찜했던 한진칼 주총
- [thebell interview]황상연 HB인베 PE본부장 "차별화된 투자·밸류업 방점"
- [동상이목(同想異目)] '아보하' 시장이 그립다?
- [thebell note]달라지는 제약사 주총
- 조선업 호황과 CFO 시험대
- [주류 스마트오더 점검]데일리샷 김민욱 대표 "주류 이커머스 잠재력, 여전히 유효"
- 거래소의 '마이크로매니징'
- [thebell note]리브스메드, 한국의 포드될까
- [thebell interview]김두영 코스모화학 대표이사 "기술력 충분, 실적 턴어라운드 최우선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