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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넘치는 롯데케미칼, 금융상품 투자 '올인' [Company Watch]최대실적 효과, 투자잔액 5조 돌파…1년새 2조 늘어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06 08:14:0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5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 해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롯데케미칼이 넘치는 현금을 금융자산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황 호조에 힘입어 매년 영업 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만 수 조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대규모 투자건들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여서 지출 부담은 줄었다. 내부에 현금이 고스란히 쌓이자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금융상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우호적인 수급 상황과 업황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의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유가는 낮지만 석유화학 제품은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 변수는 공급량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신·증설이 미뤄짐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 째 이어졌다.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던 롯데케미칼은 수급 불균형 상황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조 8745억원, 2조 9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15.1%씩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조 2811억원을 찍으면서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두 해 연속 최대 실적 경신이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도 2년 간 5조 8000억원에 달했다. 차입금을 상환하고 신규 투자 비용을 지출하고도 수 조원의 여유 자금이 남았다. 롯데케미칼은 이 자금으로 무리하게 확장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내부 자금으로 고스란히 남겨두는 선택을 했다.

롯데케미칼


보수적인 재무전략은 현금 지출 내역만 봐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등 금융 자산에 총 3조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체 자산의 19% 규모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금융자산 투자액이 5조 1971억원까지 늘었다. 전체 자산에서 금융상품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26.5%로 상승했다.

핵심 투자처는 '단기금융상품'이었다. 통상 단기금융상품은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일정 이자 수익을 보장받으면서도 운용 기간이 짧고 현금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어음관리계좌(CMA), 금전신탁, 정기예금, 정기적금, 초단기수익증권(MMF) 등이 해당된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중 60%가 바로 단기금융상품이다. 투자 잔액만 3조원이 넘는다. 작년 한 해 동안만 2조 6660억원 어치의 단기금융상품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는 한 해 동안 롯데케미칼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의 89%에 달하는 금액이다. 사실상 새롭게 창출된 현금 대부분이 금융자산을 불리는데 투입된 셈이다.

이에 반해 단순 현금성 자산은 2조 2029억원에서 1조 6852억원으로 23% 가량 줄었다. 단순 예금 상품보다 단기금융상품 이자율이 더 높다보니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의 금융자산 집중 투자는 '중장기 투자 주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화학사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설비 증설과 신규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투자 계획을 짠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투자 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1375억원 규모의 특수고무 합작투자건은 지난해 150억원 투입을 끝으로 투자가 완료됐다. 미국 에탄크래커 합작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투자비 7660억원 가운데 5140억원이 이미 집행됐고, 나머지 2520억원만 작년에 책임졌다. 투자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그 만큼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서 유입되는 현금도 많아졌다"며 "이자 수익과 자금 운용 기간 등을 고려해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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