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이후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매각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던 해외사업장을 전수 조사했고 고위직 임원을 대거 내보냈다. 외주구매본부 인력을 물갈이하고 맥킨지를 앞세워 경영진단도 받았다. 현재 대우건설의 신임 CEO 선임도 진행 중이다. 이 모든 작업이 지난 3개월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산업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는 기본적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산업은행이 거액을 들여 해외 기업에 컨설팅을 맡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우의 건설부문을 인적 분할해 대우건설이 설립된 이후 20년 가까이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되면서 내부의 적폐가 쌓였다는 판단이다. 일부 사업부서의 모랄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존심 강한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 같은 산업은행의 시각에 대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지만 상황이 이처럼 악화된 1차적인 책임은 대우건설에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초기만 해도 양측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간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 금융지원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조성할 때도 산업은행의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산업은행의 지원이 이어진 것과 달리 대우건설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잊을 만하면 해외 부실이 불거지면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경영실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뒷전으로 밀리면서 사기도 떨어졌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의 관계는 점차 악화됐다.
과거 대우건설이 잘나가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손꼽히던 인재 양성소였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30위 이내 건설사 CEO 중 절반이 대우건설 출신으로 채워질 정도였다. 대우그룹의 진취적인 해외진출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었다.
대우건설의 경영 정상화는 산업은행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대우건설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할 처지도 아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대우건설은 건설업계를 이끄는 리딩 업체가 아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3위로 처졌다. 3위도 높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2위(현대건설)와의 평가액 격차는 5조원 이상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포스코건설, GS건설이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대우건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인 없는 회사'라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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