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10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결국 조 단위 딜없이 막을 내린다. SNK가 유일하게 1조원 이상의 밸류를 기대했지만 끝내 상장이 좌절됐다.

IB업계가 올해 딜 가뭄에 속앓이를 했다면 내년엔 공모 홍수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상반기부터 현대오일뱅크, 홈플러스 리츠, 호반건설, 바디프랜드 등 빅딜이 무더기로 이어진다. 증시 한파가 가시지 않은 채 조 단위 공모가 쏟아지면 흥행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SNK, 흥행 부진에 공모 철회…올 IPO 조 단위 딜 실종

SNK는 7일 주식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시장이 크게 위축된 만큼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

회사측은 예상 시가총액(할인율 적용)으로 7708억~1조517억원(공모가 밴드 3만4300~4만6800원)을 제시했다. 만일 최종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확정되면 상장 밸류가 1조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올해 1조원 밸류를 돌파할 유일한 딜로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SNK의 상장이 좌초되면서 올해 밸류가 가장 큰 딜은 애경산업 IPO로 확정됐다. 애경산업은 최종 공모가 기준 7700억원 밸류에 상장이 성사됐다. 연말 에어부산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지만 2000억원 수준으로 몸값을 크게 낮춘 상황이다.

조 단위 딜이 등장하지 않은 건 2010년~2018년 사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의 심사 미승인과 회계 감리 이슈와 증시 침체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가 이어졌을 때도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위아, CJ헬로비전 등 빅딜은 어김없이 등장했었다.

SNK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원인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고밸류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SNK는 PBR(주가순자산비율)로 가업가치를 책정했다. 웹젠,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넷마블 등 4곳을 피어그룹으로 삼아 PBR 4.14배를 적용했다.

이렇게 산출한 공모가 밴드를 PER(주가순이익비율)로 환산할 경우 최상단이 40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난다. SNK측에서 선정한 피어그룹의 PER 평균(약 20배)보다 2배 가량 높은 배수인 것이다.

◇오일뱅크·홈플러스 리츠·호반건설 등 빅딜 대기

올해 숨죽였던 조 단위 대어는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 공모가 예정된 빅딜로는 현대오일뱅크와 홈플러스 리츠, 호반건설, 바디프랜드 등이 꼽힌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적정시가총액이 8조~10조원, 예상 공모금액이 1조~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나머지 딜도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여겨진다.

그 밖에도 에이치라인해운, 두산공작기계, 지피클럽, 지누스, 군장에너지, 롯데그룹 계열 등 쟁쟁한 후보가 IPO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상장했을 경우 단번에 1위를 꿰찼을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IB업계에선 내년 IPO 시장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 단위 공모가 쏟아질 예정인 만큼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침체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모 시장의 한기가 내년까지 지속되면 흥행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