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지배구조 정비…회사채 흥행 이끌다 [Deal Story]인적분할로 실적·재무 투명성 확대…IPO 추진으로 성장성도 인정
이경주 기자공개 2019-01-24 11:17:11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4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케미칼 회사채에 대한 시장반응이 반 여년 만에 달라졌다.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 수준이었던 유효수요가 4배 이상이 됐다. 3%가 넘던 금리도 2% 후반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 사이 신용등급 변화는 없었다. 주관사인 SK증권과 KB증권과의 파트너십도 빛을 발했다. SK증권은 그룹 이탈 후 처음으로 SK 계열사 채권을 주관해 주목받기도 했다.이번 딜 성공의 비결은 지배구조 정비에 있었다. SK케미칼은 재작년 말 단행된 인적분할 효과로 실적과 재무상태가 투명해졌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게 만들었던 요인들이 제거됐다. 더불어 백신 사업을 물적 분할한 후 기업공개(IPO) 추진을 공식화 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투자자들은 SK케미칼 성장성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23일 IB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22일 진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100억원의 유효수요를 끌어모았다. 모집액 대비 자금수요가 5배에 달했다. 회사채 등급은 A제로(0)다. 3년물(모집액 500억원)에는 3080억원이, 5년물(500억원)에는 1020억원 주문이 들어왔다. 각각 모집액의 6.16배, 2.04배다. 이번 회사채는 SK케미칼이 2017년 말 인적분할 된 후 두 번째 발행이다.
불과 반여 년 전 처음으로 발행한 회사채보다 눈에 띄게 시장 반응이 뜨거워졌다. SK케미칼은 지난해 4월 같은 등급(A0)으로 1410억원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선 유효수요가 4890억원으로 모집액의 3.47배에 그쳤다. 3년물(750억원)에는 3190억원(4.25배), 5년물(660억원)에는 1700억원(2.58배)이 몰렸다.
덕분에 이번 회사채는 조달금리도 작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조달금리가 동급(A0) 최하수준인 SK매직급으로 책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KIS채권평가 기준(21일) SK매직 3년 물 금리는 2.426%, 5년 물은 2.81%다. 작년 회사채 금리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SK케미칼 작년 3년물(750억원) 금리는 3.002%, 5년물(660억원) 금리는 3.524%였다. 최종 금리는 발행사가 증액을 검토하고 있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여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IB업계에선 지배구조 정비 효과로 해석했다. SK케미칼 재작년 12월 SK디스커버리(舊 SK케미칼)의 사업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재탄생했다. 舊SK케미칼은 인적 분할 전 SK케미칼 사업부문 외에도 다양한 자산을 보유했다. SK가스 지분 28.2%를 보유한 2대주주였으며, SK가스 최대주주(45%)기도 했다. 이밖에 엔티스(50%), 이니츠(66%), SK플라즈마(100%), SK신텍(100%), SK유화(100%)를 종속계열사로 거느렸다.
舊SK케미칼 당시에는 투자 자산들이 너무 많아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SK케미칼이 舊SK케미칼에서 인적분할로 순수 사업부문 중심으로 따로 떼어져 나오면서 실적과 재무상태가 투명하고 명료해졌다. SK케미칼은 그린케미칼부문(Green Chemicals Biz.)과 라이프사이언스부문(Life Science Biz.)이 양대 사업 축이다. 그린케미칼 부문은 바이오 디젤을 주력으로 하는 화학사업을, 라이프사이언스는 백신 중심의 바이오사업을 한다.
SK케미칼은 최초 회사채를 발행(18년 4월)할 때 이미 인적분할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엔 분리 직후라 SK케미칼 만의 실적과 재무상태 흐름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민간채권평가사들이 시장수요를 기반으로 책정한 절대금리에만 의존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IB업계 관계자는 "舊SK케미칼 당시에는 가스와 건설과 같은 투자자산이 너무 많다보니 분석이 어려워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며 "작년 처음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는 절대금리에 기초할 수밖에 없었고, 수요도 증권사 리테일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SK케미칼 만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용이해졌고 투명해졌다"며 "수요예측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런 부분이 좋게 보여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특히 자산운용사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SK케미칼이 바이오 사업을 분사해 또 한번 지배구조를 정비한 것과 관련이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7월 라이프사업부문에서 백신사업을 영위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물적 분할로 분사시켰다. 더불어 당시 중장기적 IPO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사업은 SK케미칼이 2004년부터 4000억원을 들여 오랜기간 육성한 사업이다. 이미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478억원에 순이익이 78억원이다. 순이익률이 16.4%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분사와 IPO추진 공식화는 SK케미칼 전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이를 자산운용사들이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2025년 사이 IPO를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이번 SK매직급 금리는 증권사보다는 성장성에 베팅하는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많아진 것이 또 다른 이유"라며 "인적분할에 더해 SK바이오사이언스 분사까지 더해져 투명성과 성장성을 모두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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