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핵심 아시아나항공, 30년 '피·땀·눈물' 떠나보낸다 [아시아나항공 M&A]1988년 전두환정부 제2민항 선정 후 출항, 그룹 대들보 성장…건설, 그룹 주력업종 부상
김경태 기자공개 2019-04-15 20:09:26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5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전두환 정부에서 제2민항 사업자로 선정된 지 약 30년 만에 품에서 떠나보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계열사 중 늦게 탄생한 편에 속하지만,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이번 매각이 실제로 성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몸집은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해 그룹의 주력사로는 건설업을 하는 금호산업이 새롭게 떠오르게 된다.
◇그룹 선배들의 '피·땀·눈물', 무리한 M&A에 발목
금호그룹은 운송업을 떼 놓고는 설명이 힘든 재벌이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1946년 미국 포드에서 들여온 중고 택시 2대로 광주택시를 창업했다. 그 후 광주여객자동차, 광주여객을 거쳐 오늘날의 금호고속으로 거듭났다. 고 박 회장은 1960년대 삼양타이어공업, 한국합성고무 등을 설립하면서 그룹을 점차 키워갔다.
그러다 고 박인천 회장이 작고한 후 그의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이 이끌던 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전두환 정부 시기이던 제5공화국 때 제2민항 사업자에 선정됐고 항공사를 운영하게 됐다. 최초 법인은 1988년 2월 서울항공으로 설립했는데, 취항을 앞두고 같은 해 8월에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초대 사장은 고 황인성 전 국무총리였다. 그는 군인 출신으로 박정희 정부 시기에 교통부장관 등을 지냈다. 전두환 정부에서는 국회의원을 하기도 했고, 농림수산부 장관을 끝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연을 맺었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아시아나항공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성장에 일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현재의 저가항공사(LCC)보다 작은 규모였다. 김포공항 국내선, 국제선 터미널의 왼쪽 카운터 정도만 보유한 초라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고 박정구 회장이 이끌던 시기에 정부에서 항공 여객 수요 증가에 따라 복수 민항기 경쟁 체제를 만들 방침을 세우면서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장했다.
당시 대한항공의 지위는 압도적이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점차 보폭을 넓히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창립 후 약 10여년이 지난 1999년 국내 여객 수송점유율은 37.2%를 차지했다. 49대의 항공기로 국내선 14개 도시(18개 노선), 국제선 14개국 37개 도시(37개 노선)를 운항했다. 1999년 방한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기의 지상조업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룹의 대들보로 자란 아시아나항공에 급격히 문제가 생겼던 것은 2000년대 중후반이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몸집이 큰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무리한 M&A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금호산업을 비롯한 그룹 전체가 경영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초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채권단의 관리를 받았다. 그 후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하지만 작년에 또다시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후 올해 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는 회계 사태가 불거진 후 그룹의 매각 결정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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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주력 업종 떠오른 '건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별도 매출은 6조2012억원이다. 그룹 매출액인 60%를 웃도는 규모다. 자산의 경우 작년 말 별도 기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재계 60위 이하로 떨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번 매각 조건에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들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규모는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말 기준 연결 종속사로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해 그룹의 주력사는 금호산업이 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건설사로 1977년 인수한 제일토건이 모태다. 그룹의 일원이 된 지 약 40여년 만에 주력 업종으로 떠오르게 됐다.
금호산업의 작년 연결 매출은 1조376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422억원,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4억원이다. 작년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관계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지분법손실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 67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산업은 주택·건축·토목 등 다양한 건설 분야에 진출한 종합건설사이지만, 규모로 보면 다수의 중견 건설사보다 적다. 작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3위로 전년보다 8계단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수주 증가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다시 넘고, 2020년에는 1조7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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