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한진칼 차익실현 어떻게 봐야하나 '한진그룹 vs KCGI' 대결 구도 부담?…단순 '차익실현' 가능성도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18 15:50:06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지분을 또 매각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털어내며 보유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한진칼 주가의 영향으로 투자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인 KCGI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대결이 격화하고 있는 한진칼에서 발을 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어느 한 쪽 편을 들수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하기 전에 서둘러 지분을 털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 주식을 79만3758주를 처분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6.70%에서 5.36%로 1.34% 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꾸준히 장내매도와 장내매수를 반복하며 보유 지분율을 낮춰왔다. 매도가 집중된 시기는 2월14일부터~3월4일, 3월14일부터~29일까지다. 이 기간 마지막으로 대규모 물량을 쏟아낸 것은 이달 8일과 9일 이틀간이다.
올해 초 국민연금의 한진칼 주식 처분은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민연금은 이전에도 한진칼 지분을 대량으로 사거나, 팔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유 지분율을 유지했다.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늘 10% 안팎의 지분을 유지했다. 지난해 4월4일 공시를 살펴보면 이 때까지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 투자 방향은 '사자'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꾸준히 한진칼 보유 지분을 팔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4일 공시에는 지분 3.23% 포인트를 팔았다. 올해 들어서는 1월4일 1.01% 포인트, 2월7일 0.64% 포인트, 4월16일 1.34% 포인트를 팔았다. 이 추세로라면 향후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시기 한진칼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KCGI의 '적극 주주권 행사'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투자수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3년간 한진칼의 한달 주가는 조금씩 꾸준히 상승해왔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털어내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무렵부터는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한달 평균주가는 지난해 10월 2만329원, 11월 2만6057원, 12월 3만811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 1월 2만9327원, 2월 2만6426원, 3월 2만6705원, 4월 3만2569원 등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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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자문사 및 재계 등에서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과 KCGI간 분쟁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지분을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의 대결 구도에 부담을 느껴 일종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지난달 치러진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올해 주총부터 강력하게 주주권을 행사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로 이틀 뒤에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는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연금 측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한진칼은 한진그룹과 KCGI 간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표결에 참여하면 자칫 어느 쪽 손을 들어줬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향후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도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 국민연금으로 크게 분산돼 있던 '빅 3' 주주 구도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라는 완충지대가 없어지면서 본격적인 '1대 1' 구도가 완성되면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의 셈법도 한층 더 복잡해 질수 있다. 조양호 회장 타계 및 지분 상속 등과 맞물려 KCGI가 한진칼 보유 지분을 더 늘리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연금은 그 동안 KCGI의 '요구'와 한진그룹의 '비전 발표' 등에서 투자방침에 맞는 내용을 취사선택해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소극적으로 해왔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지난달 한진칼 주총에 주주제안을 통해 제2-4호 의안 '이사의 자격'을 안건으로 올렸다. 국민연금 차원의 주주권 행사였다. 하지만 동시에 KCGI의 '구애'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지난달 22일 KCGI는 "동료 연기금, 기관 및 소액주주님들께서 노력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차익 실현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파는 것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전의 투자 패턴과는 다르게 꾸준히 한진칼 보유 지분을 줄여나가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등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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