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vs 한진家]한진칼 주총 대진표 완성, '사외이사' 선임 표대결⑪각각 다른 후보 추천…강성부 펀드 이사회 진입 여부 관심
고설봉 기자공개 2019-03-19 10:52:49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8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과 KCGI의 본격 대결이 시작됐다. 조건부 이기는 하지만 한진칼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주주총회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포함시키며 한진그룹과 KCGI 간 대진표가 완성됐다.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각 후보들의 면면이 이번 주총의 표심을 가를 새로운 요소로 부각됐다.한진칼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 주주총회 개최를 의결했다. 이날 한진칼 이사회는 주총 안건도 상정했다. 안건의 핵심은 임기 만료에 따라 교체되는 사외이사 2명의 신규 선임이다. 한진그룹은 주인기, 신성환, 주순식 등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냈다. 이에 맞서 KCGI는 조재호, 김영민 등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다.
다가올 주총에서 한진칼의 이사회에서 추천한 인사와 KCGI가 추천한 인사들을 놓고 주주들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사외이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조 회장 및 한진그룹과 KCGI 간 대결 구도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각 진영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면면이 이번 주총의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일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 "중립성 강화, 신망 두터운 전문가 추천"
한진그룹은 이번 주총에 앞서 각종 이슈에 휘말렸던 만큼 경영환경을 쇄신하고, 이사회를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도 공을 들였다. 약 7배수의 인력풀을 구성해 적합한 인물을 물색하고, 이들을 다시 이사회 내에서 평가해 최종 후보를 추렸다.
더불어 한진그룹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꼼꼼히 인사검증을 했다는 입장이다. 회계, 금융, 법률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렸다. 특히 그동안 KCGI가 지적해왔던 '오너일가 인맥'을 배제하는 데 주력했다.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일가와 관계가 없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주인기 후보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에 취임한 인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위원회 위원, 한국회계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향후 한진칼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사회의 회계 전문성을 강화하고, 그룹 회계, 세무 및 내부통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성환 후보는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신 후보는 정부 정책 수립, 학술 분야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또 신 후보는 평소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해 주주 대표성을 갖는 것이 이상적인 지배구조'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순식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기업의 다양한 거래행위를 감독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당한 처분을 하도록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한진칼은 주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되면 공정거래 법규에 대한 위반 리스크를 예방하고, 윤리경영 및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통한 기업의 지속 가능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금번 사외이사 후보는 최대주주와의 학연, 지연 등의 관계는 물론 회사 및 그룹과 사업상의 관계도 전혀 없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했다"며 "현 사외이사들 및 외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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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개혁' 외친 KCGI, 사외이사 후보는 '강성부 인맥'
KCGI는 이사회 개혁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위해 지난 1월부터 한진칼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한진칼의 반대에는 법적 투쟁으로 맞서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강행했다. 그만큼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KCGI는 지난 1월 말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CGI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감사와 사외이사들 조차 회사 및 지배주주와의 이해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배주주 및 현 경영진과 무관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2인을 새로이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재호, 김영민은 독립성을 겸비한 적합한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KCGI는 "임기가 만료되는 조현덕 사외이사는 회사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서, 김종준 사외이사는 조양호 대표이사의 경복고등학교 동문으로서, 회사 또는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존재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놓고 재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KCGI가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들은 강성부 KCGI 대표가 이사회 개혁을 요구하며 들었던 '학연·지연' 등이 배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성부 대표의 은사와 김남규 부대표의 선배가 한진칼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조재호 교수는 강성부 대표의 대학원 은사로 강 대표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강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조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김영민 변호사는 김남규 부대표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 변호사와 김 부대표는 삼성전자 법무팀에 같이 근무한 선후배 사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KCGI가 추천한 후보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이사회로 진입한 뒤, KCGI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고, 대외비 정보 등에 직접 접근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증권가에서는 이번 한진칼 주총을 놓고 강성부 대표가 사외이사 및 감사 자리 하나만 얻어도 성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이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사내 문건 및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교수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및 활동을 놓고도 비판이 인다. 조 교수는 2014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될 때 KB금융지주 노동조합으로부터 '사외이사로서 부적격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조는 조 교수에 대해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과 서울대 동문이며, 김영진 사외이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점을 부적격 이유로 들었다. 당시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던 시기였다.
이러한 회장 등과의 친분으로 인한 문제는 2014년 한 해가 가기도 전에 불거졌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지주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 교수(서울대 경영학과)와 김 교수(서울대 경영학과)만 반대했다. 당시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주전산기 갈등'으로 금융당국에서 직무정치 처분을 받은 임 회장의 해임안을 7(찬성)대 2(반대)로 처리했다.
KCGI 관계자는 "한진칼에서 차입금을 늘리며 감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 급하게 후보를 내다 보니까, 시간이 많지 않았다"며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 시켜 감사위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외이사 되실 분들을 찾았는데, 급하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감시자 입장에서 친분 있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조양호 회장이 친분 있는 사람을 앉히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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