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그룹, 계열사 정리·분양 조절 '위기 관리' 박차 [중견건설사 재무 점검]작년 법인 9곳 청산, 올해 약 4000가구 공급
김경태 기자공개 2019-04-29 14:47:50
[편집자주]
2010년대 중반부터 지방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신흥 중견 건설사들이 탄생하고 위기를 이겨낸 건실한 건설사가 성장을 구가하는 등 중견 건설사의 전성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의 규제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다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침체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중견 건설사 사이에 감돌고 있다.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의 현주소와 재무적 위기 대응 상황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건설사들은 과거 공공택지 추첨에서 당첨되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공택지 공급 물량이 줄고 입찰 방식도 변하면서 많은 계열사를 둘 실익이 사라졌다. 반도건설 역시 다른 중견 건설사처럼 입찰 참여를 위한 자회사들을 두고 있었지만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리를 택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고 침체기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군살을 빼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반도건설은 계열사 정리 외에 올해도 분양 물량을 조절해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원가관리도 안정적으로 진행해 수익성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또 도시정비사업, 민간 알짜 부동산 개발 등으로 주택 사업의 다각화를 이뤄 리스크를 축소한다는 복안이다.
◇작년 계열사 9곳 청산, 경영효율성 증대 위한 조치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성장한 중견 건설사들의 주요 전략은 '벌떼 입찰'이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 주로 추첨 방식을 택했고, 중견 건설사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입찰에 동원했다.
반도그룹 역시 2010년대 초부터 다수의 계열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후 공격적으로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했다. 공공택지 추첨에서 당첨된 계열사들은 시행사 역할을 맡아 주택개발사업의 분양수입을 얻었다. 하지만 당첨이 불발되면 근근이 법인만 존재할 뿐 그룹 전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도그룹은 작년 총 9곳의 계열사를 정리했는데, 모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유지되던 법인들이다. 반도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반도(옛 의성에이치에스개발) △다솜개발 △가람에이치엔씨 △수성개발이 사라졌다. 반도종합건설의 100% 자회사인 △대덕개발 △대도개발 △한빛개발 △한덕개발 △한샘개발도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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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반도그룹이 진행한 계열사 청산 작업은 업계에서 비교적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과거에 설립했던 계열사들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그룹 역시 법인을 그대로 두고 다른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었지만, 주택 경기 위축 상황에서 군살 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최근 공공기관의 택지 분양이 많이 줄었고, 방식도 변화해 법인을 많이 둘 필요성이 없다"며 "앞으로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인을 추가로 정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 물량 조절, 리스크 관리 집중
반도그룹의 계열사들이 작년에 거둔 별도 매출을 단순 합계하면 2조8306억원이다. 전년보다 29.2%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8066억원으로 31.1% 줄었다. 매출 감소는 주로 반도건설과 그 자회사에서 발생했다. 반도건설은 그룹의 주력사다. 시행과 시공 역할을 모두 겸하고 있는데, 작년 별도 매출에서 분양수입, 공사수입 모두 줄었다. 즉 자체적으로 분양하는 물량도 줄었고, 계열사들이 시행하면서 반도건설에 공사를 발주하는 것도 감소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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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의 자회사 중 매출 축소가 두드러졌던 곳은 하우징개발이다. 2017년에 2039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작년에는 4분의 1 수준인 489억원을 나타냈다. 제니스개발도 외형이 줄었다. 2017년 매출은 1533억원이었는데, 작년 5분의 1 정도인 341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급격한 매출 감소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력사 반도건설의 양호한 수익성 지표가 눈에 띈다. 반도건설의 작년 별도 매출은 1조5662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영업이익은 3029억원으로 14.2%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9.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반도건설이 원가관리에 안정적으로 해냈기 때문이다. 작년 매출원가는 1조2291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줄었다. 매출원가율은 78.47%로 1.1%포인트 하락했다. 판관비는 342억원으로 16.2% 줄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합친 원가 총계는 매출의 80.7%였다. 전년보다 1.1%포인트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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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은 올해도 분양 물량을 조절해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과거 공공택지가 많이 나올 때는 1년에 9000가구 정도를 공급한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작년에 3600가구를 공급하면서 물량을 축소했고, 올해는 4000가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 내에서 다각화를 진행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간 자체개발사업을 위주로 했다면,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원이 책임지는 물량이 있어 자체개발사업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반도건설의 작년 말 기준 주요 공사 현장을 보면 '광주 월산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비롯한 다수의 재건축·재개발사업장이 있다.
공공기관이 조성한 택지 외에 민간이 보유한 알짜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이 보유한 양호한 입지의 부동산 개발은 공공택지보다 훨씬 품이 더 많이 드는 고난도 작업이다. 반도건설은 2016년 하반기부터 작년까지 옛 경기 안양경찰서 부지, 서울 NH농협은행 영등포시장역지점, 서울 영등포 로이빌딩, 삼성생명 안양 평촌사옥 등을 차례로 품으며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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