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기를 막론하고 최근 시멘트 업체들의 고민은 '세금과의 전쟁'으로 압축된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역자원시설세에 대한 법안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들은 시멘트 1톤을 생산할 때 세금 1000원을 내야 한다. 때아닌 세금 폭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시멘트 업계지만 유독 주름이 깊은 곳이 있다. 한라시멘트다.한라시멘트의 한해 시멘트 생산량은 약 700만톤이 넘는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최대 7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는 한라시멘트 한해 영업이익의 6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한라시멘트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내야 한다. 사실 한라시멘트의 문제는 세금보다 무거운 이자 부담이다. 이자를 내고 세금까지 내면 한 해 장사로 남는 게 거의 없어진다.
3년여 전만 해도 한라시멘트는 무차입 상태를 유지할 정도로 우량한 재무 구조를 자랑했다. 그러다 2016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PEA(베어링)가 글랜우드PE와 컨소시엄을 이뤄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베어링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려고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대규모 차입을 불러일으켰다. 글랜우드PE의 투자금을 상환해주면서 한라시멘트의 지배력을 온전히 갖추는 것과, 차입금을 재원으로 선제적으로 배당을 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약 1년 뒤 베어링은 SPC와 한라시멘트를 합병한 후 돌연 한라시멘트를 재매각한다. SPC가 짊어지고 있던 차입금 부담이 고스란히 한라시멘트로 이관됐다.
위법 행위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합병형 차입매수(LBO)와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은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경영 기법이기도 하다.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빠른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베어링의 이러한 조치가 반가운 일 일 수 있다. 다만 시멘트 업계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베어링이 한라시멘트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나에 주목한다. 업계 인사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먹구름이 드리운 시멘트 업계에서 베어링이 던진 3년 전 눈뭉치는 어느새 눈덩이로 진화해 한라시멘트의 근본 고민거리로 자리잡았다. 사모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에 도입된 취지 중 하나는 기업가치를 높이며 시장 전체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베어링의 사례만 놓고 보면 훗날 국내 시멘트 업계, 특히 한라시멘트에서 떠올리는 사모펀드의 기억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