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된 아세아시멘트, 고민은 '차입금' [시멘트업 리포트]②PE 손 거치며 부실화한 한라시멘트 인수, 이자비용 4억→325억
박기수 기자공개 2019-04-30 08:00:56
[편집자주]
국내 시멘트 시장은 치열하면서도 변동이 없는 역설적인 시장이었다. 7개의 업체들이 경쟁하면서도 이 구도가 30여년동안 깨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M&A 1라운드가 마무리 된 현재, 각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각 업체들의 재무 상황과 지배구조 이슈 등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세아시멘트의 재무상태는 2018년 1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지난해 초 연결 기준 30%에 지나지 않았던 부채비율이 연말 145%로 치솟았다. 205억원에 그쳤던 차입금은 연말에 7128억원까지 불어났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2018년 1월은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를 3691억원에 인수했던 때다. 이중 아세아시멘트를 2500억원을 인수금융(Loan)을 통해 조달했다. 다만 이 정도로는 아세아시멘트의 차입금이 불어난 정도를 설명하기 힘들다. 답은 한라시멘트에 있었다. 피인수 당시 한라시멘트는 약 50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부채비율 584%, 차입금의존도 58%를 기록 중인 기업을 아세아시멘트는 과감히 품기로 결정했다.
◇한라시멘트는 어쩌다 빚더미가 됐을까
한라시멘트는 원래 차입금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다시피 한 기업이었다. 2015년 말 기준 한라시멘트의 부채비율은 40%에 불과했고, 1500억원 이상의 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라시멘트의 재무 구조 악화는 사모펀드(PEF)의 손을 거치며 벌어졌다. 프랑스계 세계 최대 시멘트사였던 라파즈홀심의 소유였던 한라시멘트는 2016년 국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와 홍콩계 펀드인 베어링PEA의 품에 안겼다. 글랜우드PE가 인수목적회사(SPC) 격인 '라코'에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각각 2000억원씩 인수하고, 베어링PEA가 라코에 1800억원을 증자하는 식이었다. 나머지 5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이후 글랜우드PE는 계획대로 투자 만기 시점인 2017년 5월 투자금을 베어링PEA에 상환받고 한라시멘트에서 손을 뗐다. 이 과정에서 베어링PEA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라코'를 통해 대규모 차입을 불러일으켰다. 대신 베어링PEA의 지배력을 온전히 갖게 될 수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베어링PEA는 2000억원을 금융권에서 추가 조달한 뒤 이 차입금을 바탕으로 배당을 집행했다. 흔히 자본재조정(리캡, Recapitalization)이라고 불리는 작업을 통해 투자금을 선제적으로 회수한 셈이다.
이후에 베어링PEA는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라코와 한라시멘트를 합병했다. 라코가 보유하고 있던 차입금이 고스란히 한라시멘트로 이관된 때가 바로 이 때다. 이후 베어링PEA는 곧바로 한라시멘트를 매물로 내놓는다. 인수한지 1년 반도 안돼 다시 매각에 착수한 셈이다.
베어링PEA가 사용한 '레버리지(Leverage) 기법'은 대부분 PEF가 활용하는 투자법으로 어떠한 위법 사항은 없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보면 한라시멘트는 베어링PEA의 손을 거치고 '우량 기업'에서 대규모 차입금이 쌓인 기업이 됐다.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베어링PEA가 한라시멘트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불분명하다. 당시 시장에서는 PE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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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품은 아세아, 업황 나빠지면 차입금 우려 심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아시멘트는 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 결국 한라시멘트의 차입금 규모와 아세아시멘트의 재무 구조 훼손을 감수하더라도 한라시멘트를 품어 발생하는 이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세아시멘트는 한라시멘트를 품고 7강 체제였던 국내 시멘트 시장을 3강(한일현대·쌍용·아세아)으로 압축했다. 아세아그룹 내의 또 다른 축인 아세아제지의 매출 규모도 따라잡아 그룹의 중심으로 거듭난 모양새다.
관건은 재무 구조 회복이다. 대규모 부채가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또 차입금을 일으켜 현재 아세아시멘트의 차입금 부담은 낮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7128억원에 대한 이자 비용은 325억원이다. 325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792억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한라시멘트 인수 전 아세아시멘트는 차입금 이자 비용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아세아를 비롯해 아세아제지가 아세아시멘트에 든든한 존재이긴 하지만 한라시멘트의 인수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재무 부담이 일어났다"라면서 "올해 건설 경기 악화로 시멘트 업계도 완만한 하강 곡선을 탈 것으로 예측돼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아세아시멘트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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