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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아시아나항공 CB투자, '2010년 금호석화' 데자뷰 [아시아나항공 M&A]금호그룹 불행에 재무적 이득…지분확보 가능성, '차익실현' 노리나

고설봉 기자공개 2019-06-21 09:49:13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9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자금지원 방식을 전환사채(CB) 발행 방식으로 확정하면서 산업은행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CB 인수를 통해 챙겨온 막대한 이득에도 관심이 간다.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 CB 인수를 통해 투자금의 2배 이상의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활용해 얻은 추가 자본이득까지 더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불행이 산업은행 입장에선 최소한 재무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안겨줬다는 분석이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첫 자본이득은 금호석유화학 CB 인수와 이를 보통주로 전환·매각해 얻은 차익이다.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 CB에 1698억원을 투자해 3240억원을 회수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5월 금호석유화학과 경영개선약정을 맺은 뒤,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이 회사가 발행한 CB 1698억원어치를 인수했다. 2011년 12월5일 주당 3만9657원에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고, 지분 14.05%(428만1715주)를 갖게 됐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고,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산업은행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2015년 6월3일 산업은행은 장 마감 후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 428만1715주에 대한 블록딜에 착수, 목표 물량을 전량 매각했다.

2010년 금호석유화학의 상황은 굳이 CB를 발행하지 않아도 됐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당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폭풍으로 휘청거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정상화를 시작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을 추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 등 해외 차입이 많아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해외 채권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해 채무 상환을 한꺼번에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해 자율협약으로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대우건설 지분을 손실처리하며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해 일부 재무구조가 악화했지만 크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실제 2009년 말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재무적으로 큰 위기를 맞지는 않았다. 부채비율은 660.17%로 치솟았지만 이는 차입금 과다 등에 따른 결과 보다는, 대우건설 지분 매각으로 순손실이 커진데 따른 결과다. 총차입금 등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부채총액도 예년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다만 대우건설 지분을 처분하기로 하면서 '지분법적용투자주식손상차손'이 대거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순손실이 총 6148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자본총액이 대거 감소했다. 오히려 영업적인 측면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전망이 밝았다.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주요 재무 및 실적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과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채권단과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폭이 크고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업은 채무상환 유예 등의 혜택을 보지만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정상화도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권한이 막강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유동성 지원 방식을 결정할 입장이 못 됐다. 산업은행은 CB발행을 선호했다.

이러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투자차익' 실현의 배경에는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 여부가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금호그룹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주로 출자전환이나, 지분이 없는 경우 CB 발행 등으로 이뤄졌다"며 "이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우량기업을 구조조정하거나, 구조조정 뒤 우량화 될수 있는 성장성이 큰 기업에 집중해 일종의 '투자차익'을 실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되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금호석유화학의 사례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2010년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때도,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는 자율협약을 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그 이후 실제 영업적인 측면에서 양사는 꾸준히 안정성을 보였다. 국내 항공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이 꾸준히 호황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6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차입금도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항공기 운항을 위한 리스 관련 차입금을 제하면 순수 차입금은 2018년 말 기준 2조2560억원이다. 매각 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일반 차입금을 상환하고 현재 수준의 영업력만 유지해도 정상화가 가능하다. 우량한 대기업집단 등에 인수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조기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이자비용 등 영업외손익을 줄인다면, 곧바로 순이익 달성도 노려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결국 CB 발행 방식으로 확정된 것은 과거 선례에 비춰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매각 전 미리 영구CB를 인수해 향후 지분 확보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CB 투자는 인수 예정기업에는 부담이 될수 있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투자차익'을 낼 수 있는 일종의 설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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