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를 움직이는 사람들]'화백회의' 정신 표방…자문·송무 결합 재탄생①우방 윤호일·화백 노경래…합병으로 거듭나
김혜란 기자공개 2019-10-23 10:33:47
[편집자주]
법무법인 화우는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2003년 화백과 우방 두 로펌이 합병하면서 공식 출범한 화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국내 6대 로펌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화우가 외형 성장과 내실 강화를 모두 이룰 수 있었던 건 합병 이후 성장기를 지혜롭게 이끌었던 선배들의 공이 컸다. 여기에 전문성과 실력을 쌓은 실무 변호사들의 노력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화우는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도 큰 분쟁없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2003년 송무 중심의 '화백'과 자문 분야 강자 '우방'이 손을 맞잡고 재탄생한 화우는 3년 뒤 1세대 로펌 김·신·유 법률사무소를 품으며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성장했다. 두 차례 M&A를 단행하면서도 합병의 부작용이 될 수도 있었던 파벌 싸움은 차단하고, 세 로펌의 통합 시너지는 극대화했다. 오늘날까지 화우를 지탱해온 힘이 '민주적 파트너십'에 있다고 화우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실제로 화우의 창업자들은 초기부터 파벌 없는 문화, 민주적 파트너십 체제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일찌감치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해 후배들에게 경영 승계를 마무리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시한 창업 세대의 경영 철학은 화우의 자부심이 됐다는 설명이다.
◇판사 출신 윤호일 변호사, 선진 로펌 경험 후 우방 설립
화우는 2003년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쳐져 탄생했다. 합병 이전부터 우방과 화백은 각각 자문과 송무 영역에서 명성을 떨쳤던 로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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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3년 미국 노트르담 로스쿨에서 3년을 공부한 뒤 세계 최대 로펌 베이커앤맥킨지(Baker & Mckenzie)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6년 만에 파트너가 됐다. 베이커앤맥킨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10년 동안 미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리해 구조조정과 국제 소송, 공정거래 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때 선진 로펌의 경영 노하우도 익히게 됐다.
윤 변호사가 1989년 16년간 몸담았던 베이커앤맥킨지를 떠나 귀국해 세운 로펌이 우방의 전신인 세방종합법률사무소다. 우방은 김·장 법률사무소(1973년 설립), 광장의 전신 한미합동법률소(1977년), 태평양(1980년)과 비교해 한참 후발주자인 셈이다. 우방 출범 당시엔 베이커앤맥킨지에서 윤 변호사와 같이 일했던 윤세리(사법연수원 10기), 정영철(13기) 변호사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1997년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0년대 들어선 국내 기업의 해외 자본 합작투자가 활발해졌다. 윤 변호사는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 관련 자문 업무를 도맡으며 우방의 성장을 이끌었다. 베이커앤맥킨지에서 일할 때부터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을 갖고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았던 그는 우방에서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정거래, M&A 관련 자문을 제공하며 우방을 기업 자문 분야에 강한 로펌으로 키우는 데 공을 세웠다.
윤 변호사는 2003년 화백과의 합병이란 결단을 내렸고, 이후 통합작업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화우를 국내 6대 로펌 반열에 올려놓았다. 윤 변호사는 정무적 감각도 탁월하지만, 본업인 변호사 일을 항상 놓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아침 8시 반 사무실로 출근해 실무를 직접 챙긴다.
그는 2015년 경영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직접 사건을 맡아 변론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재판이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미국 퀄컴에 대한 1조원대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사건에서 퀄컴을 대리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우방에 합류한 변호사는 "당시 우방에 막 입사했을 때 윤 변호사는 우방의 설립자이자 경력이 25년 넘는 대선배였지만 1년 차 후배를 하대하는 법이 없었다"며 "1년 차 변호사도 선배들과 대등하게 논의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은 화우의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변호사 일을 사랑하는 천생 변호사'로 통한다. 여전히 실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화백 창립자 노경래, 서초동 로펌타운 전성기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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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은 출범 이후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1999년 당시 대법관 물망에 올랐던 양삼승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공동 대표변호사로 합류하며 법조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다. 오늘날 화우의 영문 명칭인 Yoon&Yang에 성이 나올 정도로 양삼승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은 무게감이 큰 인물이었다.
특히 화백의 설립자였던 노경래 변호사는 소송 사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화백을 송무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로펌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서울민사지법 영등포지원 판사로 임관해 20년 가까이 판사직을 역임한 뒤 1990년 변호사로 개업했고 3년 뒤 화백을 설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양삼승, 강보현 변호사와 함께 참여 정부 시절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수임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사건 때도 정부 측을 대리했다. 그는 2005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대표직을 자진 사임하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지난 2015년 별세했다.
특히 노경래 변호사는 우방의 윤호일, 유인의(사법시험 8회) 변호사와 서울대 동기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 통합의 단초는 세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IMF를 지나면서 로펌의 대형화가 화두가 됐다. 각각 우방과 화백의 대표였던 노·윤 변호사는 로펌 역사에서 손꼽힐 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두 로펌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1년간의 준비, 종합 법무법인 화우의 탄생
우방은 자문 분야에 강했지만, 송무에 약했다. 1997년엔 윤세리, 정영철 등 창립 멤버가 우방을 떠나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다. 윤호일 변호사는 송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대전고 선배이자 서울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출신 유인의 변호사를 1998년 영입했다. 하지만 종합 법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화백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2000년 7년간의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시대를 마감하고 오늘날 화우가 있는 삼성동 무역센터 아셈타워로 사무실을 옮기기로 결정한 것도, 기업이 밀집한 테헤란로로 옮겨 자문 분야를 강화하려는 포석이 담긴 것이었다.
두 로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합병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이 합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큰 분쟁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 우방은 M&A와 공정거래, 기업 구조조정 등 기업 자문에 강했고, 화백은 민·형사 사건 등 송무, 조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2002년 초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에는 화백과 우방에서 각각 2명의 변호사가 위원으로 참여했고 매주 한 차례씩, 총 30차례 만났다. 이들의 노력은 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2002년 12월 12일, 화백과 우방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통합을 선언했다. 우방은 사무실을 화백이 있던 아셈타워로 옮겼다. 노경래, 양삼승, 윤호일, 유인의 변호사까지 모두 네 명이 새 통합법인 화우의 공동대표가 됐다.
이들 중 노경래, 유인의 변호사는 2년 후 경영에서 물러났다. 화우의 한 변호사는 "통합 당시 합병의 주역들이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분을 나누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등 많은 희생과 양보를 했다"며 "그로인해 외부 인재 영입도 자유로웠고, 민주적인 분위기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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