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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 젠틀맨' SK의 파격 실험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19-11-12 09:16:37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은 대형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다. 임차인·임대인·매도자·매수자·투자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 취재원들에게 '국내 4대그룹 중 함께 일하기 좋은 곳은 어디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부분 SK의 손을 들어줬다. 계열사를 막론하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대우해준다고 했다. 제공받은 용역에 대해 '제값'도 준다고 한다.

최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파격적인 경영 실험을 하고 있는데 부동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 회장은 임직원의 행복 실현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했다. 이는 사람이 일을 하는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작년 SK C&C가 분당사옥(SK u-타워)의 4개층을 공유오피스 공간으로 만들었다. SK서린빌딩도 리모델링해 업무공간을 공유오피스로 바꿨다.

파격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SK그룹은 올해 여름경부터 최고 수뇌부의 결정으로 공유오피스 기업과의 협업을 비밀스럽게 추진했다. 공유오피스 기업이 프라임급오피스빌딩에 입점하면 SK그룹이 그 공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SK그룹이 직접 소유한 곳을 공유오피스로 만들려면 리모델링 등 추가로 돈이 나간다. 하지만 공유오피스 기업과 함께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그간 부동산시장에서 '신사적' 면모를 보인 덕분에 업계의 호응이 대단했다. 초기부터 부동산자문사에서 도움을 제공했다. 공유오피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는 다수가 참여했다. SK그룹은 패스트파이브를 우군으로 선정한 후 서울 센트로폴리스 입주에 나섰다. 탈락한 공유오피스업체 W사는 다른 재벌과 한편이 돼 경쟁했다. 그 후 올해 가을 미국에서 공유오피스 기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양측 모두 센트로폴리스 소유주와 논의가 잘되지 않았다. 현재 SK그룹 계열사가 공유오피스 기업 없이 직접 입주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기존에 구상했던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SK의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재계에서 유례가 없는 아이디어로 부동산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최 회장의 '행복 경영'이 지속되는 한 부동산 분야에서 또다른 창의적인 도전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이미 관련 인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시카고포럼 뒤풀이에서 만난 최 회장은 외국계부동산투자사, 부동산 스타트업 대표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대화를 주도했다. SK그룹이 부동산업계에서 쌓은 호의적인 평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부동산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를 넘어 '선도자'가 되고 있는 SK그룹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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