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HDC-미래대우 '삼양식품 주가스왑', 트리거 주목'BBB+' 하락시 조기정산 조항 발동, 유동성 부담 현실화 가능성
양정우 기자공개 2019-11-25 16:20:54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그룹의 지주사 HDC㈜와 미래에셋대우가 맺은 '삼양식품 주가수익스왑(PRS, Price Return Swap)'에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조기 정산 트리거가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신용도가 주저 앉으면 HDC㈜는 PRS 계약에 따라 조기 정산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HDC㈜(A+, 부정적 검토)와 HDC현대산업개발(A+, 부정적 검토)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신용등급 강등의 위기에 몰려있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1조7000억~2조원 수준의 자금 유출을 책임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BBB'급 신용도에 불과한 항공 계열사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HDC㈜, 삼양식품 지분매각에 PRS 체결…트리거 발동시 대규모 물량 출회
HDC㈜는 지난 9월 말 삼양식품 주식 127만9890주(지분율 16.9%)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했다. HDC㈜가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총 947억원(주당 7만4000원)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인수 주체로 내세운 건 특수목적법인(SPC) '엠디유니콘제1차'다. 이 SPC는 삼양식품 보통주 127만9890주를 기초자산으로 949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인수 대금을 치렀다. 이 전단채는 HDC㈜와 미래에셋대우 간 PRS와 미래에셋대우의 매입보장약정을 토대로 신용이 보강돼 있다.
구체적 자금흐름을 따져보면 우선 SPC는 전단채 발행 자금으로 HDC㈜의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인다. 그 뒤 전단채의 롤오버(만기연장)를 진행하는 동시에 최종 만기일인 2022년 9월 말까지 삼양식품 주식을 모두 팔아 마지막 전단채를 상환하는 구조다. 이 때 PRS 계약에 따라 주가수익의 정산도 이뤄진다. 만일 SPC의 처분 단가가 계약 단가(주당 7만4000원)를 넘으면 차액(수익)이 HDC㈜에 귀속되고, 계약 단가를 밑돌 경우 SPC가 차액(손실)만큼 보상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HDC㈜의 신용도 변화가 PRS의 조기 정산 사유로 적시돼 있는 점이다. HDC㈜의 신용등급이 'BBB+'까지 하락할 경우 PRS 계약상 즉시 만기도래 사유가 발생한다. SPC가 곧바로 결제 요청을 통지해 조기 정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HDC㈜에 대한 조기 정산 요구는 강제성을 띄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선 SPC 전단채의 자산관리자로서 선관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주식 127만9890주는 전체 유통주식의 17%에 달하는 물량이다. 만일 HDC㈜의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져 조기 정산 트리거가 발동되면 이 대규모 물량이 단번에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PC 입장에선 굳이 주가 하락을 고려해 장외에서 블록딜로 처리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PRS에 따라 차액을 정산받기에 급락한 주가로 전량 매도해도 손해를 입지 않는다. 역으로 이 경우 차액만큼 보상해야 하는 HDC㈜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HDC그룹, 신용등급 하향 압박…조기 정산 트리거 'BBB+', 안도 못해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시화되자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만일 M&A 이벤트가 차질없이 종결될 경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HDC㈜의 신용등급이 PRS의 조기 정산 트리거인 'BBB+'까지 급락할지는 아직 단정짓기 이른 시점이다. 조만간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해도 'BBB+' 등급과는 아직 두 노치(Notch)의 차이가 있다.
다만 M&A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웅진, 대우조선해양 등 코너에 몰린 기업의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의 존립과 직결되는 M&A가 발생해 재평정에 나설 경우 등급 하향의 속도와 정도가 이례적일 가능성이 높다. 조기 정산 트리거와 두 노치의 차이는 리스크 현실화의 여지가 적은 것으로 안도할 수 없는 수준이다.
HDC㈜는 아시아나항공 M&A에 따라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에 균열이 예고돼 있다. 앞으로 인수 주체로서 1조7000억~2조원 수준을 감당하는 만큼 현재 실질적 무차입 기조(순차입금 마이너스)가 단번에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HDC㈜는 중장기적으로 투기등급 끝선에 몰린 아시아나항공(BBB-, 긍정적 검토)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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