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대한항공, 국내외 경쟁자와 ‘각축’ 더 심화됐다국제선 '여객·화물' 점유율 동반 주춤…수익성 둔화
고설봉 기자공개 2019-11-22 08:00:17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업 구조조정의 칼날은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주축인 대한항공도 어렵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및 저비용항공사(LCC)들과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세 수위를 높이는 외항사들과의 경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대한항공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FSC)다. 1969년 3월 설립된 뒤 약 20여년 동안 국내외 항공 노선을 독점했다. 한국 경제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도 고속성장 했다. 매년 신규 노선을 취항하고, 글로벌 주요국 및 주요 도시에 거점을 확보했다. 이때 구축된 노선 및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무기로 대한항공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 등장과 함께 만들어진 국적 항공사간 경쟁구도에서도 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노선의 거점마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촘촘하게 깔려 있고, 무엇보다 이착륙 시간대(슬롯)가 대한항공이 후발 주자들보다 압도적으로 좋다"며 "대한항공의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높다고 평가되는 부분은 국내에서 나가든, 국내로 들어오든 과거부터 독점적으로 확보해 놓은 좋은 슬롯이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슬롯은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권리다. 국내는 물론 해외 노선의 출발 시간대를 결정하는 이 슬롯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좋은 시간대를 선점하고 있는 항공사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평가된다. 예를 들어 일본노선의 경우 금요일 오전 출국, 일요일 저녁 귀국 하는 시간대의 항공권이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랜기간 축적한 촘촘한 노선과 좋은 슬롯을 통해 과거 50여년 동안 안정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한항공에도 잇따라 비상 신호가 켜졌다. 좋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거세지는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점차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외항사들까지 국내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대한항공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최근 20여년 동안 대한항공의 국내 항공시장 내에서의 입지는 여객과 화물 부문 모두에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주력사업인 국제선의 경우 점유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시장에서 국제여객 점유율 43%, 국제화물 점유율 36%를 각각 차지했다.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여객 22%, 국제화물 15% 정도를 처리했다. 나머지는 외항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2005년 제주항공 설립을 계기로 국내에도 LCC가 도입되고, 2008년 제주항공이 국제선 취항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1년 여객부문 31.9%, 화물부물 34.9%로 동반 하락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여객 25%, 국제화물 18.5%로 각각 점유율이 상승했다. LCC들도 2011년 국제여객 점유율을 4.9%로 치고 올라왔다. 외항사들의 경우 여객과 화물 모두에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여객부문에서 대한항공의 점유율이 약 10%가량 하락하고, 이를 아시아나항공과 LCC, 외항사들이 나눠 흡수한 구조로 항공시장이 재편됐다.
10여년이 흐른 2019년 9월말 현재 상황은 더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점유율은 19.1%로 내려 앉았다. 국제화물의 경우 29.9%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여객 13.7%, 국제화물 17.3%로 각각 점유율이 줄었다. 반면 LCC들의 국제여객 점유율은 33%로 급상승 했다. 더 큰 문제는 국제화물부문에서 발생했다. LCC들이 화물운송사업에 뛰어들면서 2011년 0%였던 LCC의 국제화물 점유율은 올 9월말 2.7%로 올라섰다.
이러한 국내 항공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곧바로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년 매출의 약 91% 정도를 항공운송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항공우주사업과 호텔사업 등에서 손실이 이어지는 만큼 항공운송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크다. 그만큼 항공운송사업의 중요성이 큰 가운데 경쟁력 악화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점차 악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및 화물 부문의 경우 매출 비중이 각각 60%와 21%로 높다. 그만큼 주력 사업에서의 고전이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실적도 최근 몇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율은 2%대 안팍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2분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로 글로벌 항공사들의 경영환경이 최악에 다다랐던 2015년 2분기보다 더 악화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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