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현대차그룹 인식조사]'품질·지배구조' 개선…'부정적 이미지' 불식 선결과제(18)국내 대표기업, 한국경제 기여 ‘인정’ 불구 기본기 확실히 다져야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16 09:30:15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다.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미래 펼쳐질 '모빌리티' 혁신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룹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미완성의 지배구조와 복잡한 노조문제로 늘 이슈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현대차그룹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국민인식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국민인식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9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9.9%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7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1%포인트 수준이다. 응답률은 100%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와 국민인식 조사 대상자 모두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 평가를 깊게 분석해 보면, ‘국내 대표기업이기 때문에,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했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귀결된다. 한국인으로서 소위 ‘팔이 안으로 굽는’ 정서에 기반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응답이다.조금 더 나아가 ‘내가 소비자라면’ ‘내가 주주라면’ ‘내가 현대차그룹과 거래 관계에 있는 경제계 종사자라면’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긍정 평가는 줄어든다. 특히 자동차 품질과 서비스 등 ‘소비자’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항목에서는 부정 평가를 많이 내렸다. 또 ‘주주’, ‘경제계 종사자’로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가정할 수 있는 지배구조 및 경영평가 관련한 항목에서도 부정 평가가 많았다. 이는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경제인 조사)와 국민인식 조사 대상자(국민인식 조사)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응답 성향’이다.
특히 주관식 문항을 넣고, 대면 조사 방식을 통해 국민인식 조사보다 더 깊이 있게 설문을 진행한 경제인 조사 집단에서는 더 가혹한 평가가 내려진다. 주관식 문항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으로서 바라보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와 ‘소비자’ 및 ‘주주’, ‘경제계 종사자’로서 평가하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그룹에 덧씌워진 ‘이중잣대’…전반적 이미지 좋지만, 개별 질문엔 ‘부정적’
다소 명확하지 않게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에 대해 평가를 내려보라고 하면,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74.9%가 ‘긍정적’(매우 긍정적 13.9%, 대체로 긍정적 61.0%)이라고 답했다. 경제인 조사에서는 ‘긍정적’(매우 긍정적 10.4%, 대체로 긍 정적 66.1%) 응답이 76.5%였다. 이는 여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조사와 비슷했다. 국민인식 조사는 긍정적 응답이 68.0%, 경제인 조사는 ‘긍정적’ 응답이 79.0%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미지’ 외에 현대차그룹을 작동하고 있는 ‘오너일가 청념도’ ‘오너일가 경영체제’ 등 오너일가 지배구조 문제와 ‘현대차그룹 기업문화’ ‘임직원 청렴도’ 등 임직원들에 대한 인식, 자동차 품질과 서비스 등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문항으로 세분화하면 결과는 조금 다르게 나온다. 대체로 ‘긍정적’ 응답이 작아지고, ‘부정적’ 응답이 많아진다.
현대차 오너 일가의 청렴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13.7%,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38.4%) 응답이 52.1%로 과반을 넘었다. 같은 질문에서 경제인 조사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3.7%,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47.5%) 응답이 역시 51.2%로 절반을 넘었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일반 임직원들의 청렴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8.6%, 대체로 청렴 하지 않음 31.9%) 응답은 40.5%를 차지했고, 경제인 조사에서는 ‘청렴하지 않음’(전혀 청렴하지 않음 1.3%, 대체로 청렴하지 않음 22.4%) 응답은 23.7%에 그쳤다. 오너일가보다 임직원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 더 긍정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기업 문화가 타 기업의 모범이 되는지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더 부정적이다. 경제인 조사에서 ‘동의 안함’(전혀 동의 안함 14.9%, 대체로 동의 안함 47.2%) 응답이 62.1%를 차지했다.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동의 안함’(전혀 동의 안함 13.1%, 대체 로 동의 안함 30.6%) 응답은 43.7%로 기록됐다. 대체로 현대차그룹 오너일가 및 임직원들에 대한 청렴도 조사와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현 오너 중심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는 부정 응답이 더 많았다. 국민인식 조사에서 ‘부정적’(매우 부정적 18.3%, 대체로 부정적 35.9%) 응답이 54.2%를 차지했고, 경제인 조사에서 ‘부정적’(매우 부정적 6.1%, 대체로 부정적 39.5%) 응답은 45.6%를 기록했다. ‘긍정적’ 응답과의 차이는 국민인식 조사에서 11.0% 포인트, 경제인 조사에서 8.0% 포인트 많았다.
◇부정과 긍정 평가 가른 ‘국민 vs 소비자·주주·경제계종사자’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긍정적 평가를 많이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인식 조사 응답자 중 90% 이상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이 한국 경제발전에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매우 큼 44.5%, 다소 있음 45.5%로 강한 긍정을 나타낸다. 경제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성장의 ‘한국 경제발전’ 효과에 대해 응답자 93.3%가 ‘있음’(매우 큼 42.4%, 다소 있음 50.9%)이라고 답했다.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넣지 않았고, 경제인 조사에만 넣은 설문 항목에서 그 이유를 조금 더 깊이있게 해석해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고객과 동행’ 동의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동의함’(매우 동의 4.5%, 대체로 동의 49.9%) 응답이 54.4%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경제발전에 효과를 냈고, 한국 대표 기업인 현대차그룹에 대해 막연하게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국민’에서 ‘소비자’ 혹은 ‘경제계 참여자’로 돌아서면 평가는 박하다. ‘현대차그룹이 고객과 동행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절반을 훌쩍 넘어 선다.
이러한 이중적인 평가를 더 깊이 있게 분석해 보면, 경제인 조사에 주관식 항목에서 현대차그룹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노조 문제’가 2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수적 기업문화’(19.6%), ‘내수 차별’(15.4%), ‘낮은 품질 신뢰도’(10.0%), ‘혁신 부족’(9.2%), ‘정경 유착’(4.2%), ‘부정적 기업 이미지’(2.7%), ‘높은 가격’(2.3%)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응답이 2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긍정적 이미지’(20.4%), ‘한국 경제 성장 기여’(14.0%), ‘기술’(12.5%), ‘해외 경쟁력 있음’(7.5%), ‘가성비 좋음’(7.2%), ‘A/S 등 사후 서비스 좋음’(3.4%) 순으로 나타났다.
싫어하는 이유에서 노조 문제를 제외하면, 후진적 경영환경(보수적 기업문화와 혁신 부족)과 상품성 불만족(품질 및 서비스 수준 저하) 등이 주된 이유다. 반대로 좋아하는 이유는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긍정적 이미지, 한국 경제 성장 기여 등이다. 싫어하는 이유가 대부분 현실적이고 명확하다면, 좋아하는 이유는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다.
응답 결과를 종합해 보면, ‘국민’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에 대해 대부분 긍정 평가가 많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소비자로, 주주로, 경제계 종사자로서 바라본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기본기 갖춰라'…경제인 주관식 평가의 의미
경제인 조사 응답자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인 조사 응답자들은 "일자리 창출, 국가 자동차 관련 기반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성장동력 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징적 그룹으로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올라타서 명성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현대차그룹의 기여를 인정하는 뜻한 평가가 많았다.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을 좋아하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봐온 차라" "수입차 대비 가격 경쟁력" "실용적, 합리적 가격" "익숙함" "국내 브랜드라는 점에서 점수" 등 다소 평이한 답변들도 나왔다.
반면 “경직된 조직문화, 오너중심 경영” “재별경영 및 승계” “구시대적이고 강압적인 협력업체 관리, 폐쇄적인 상하관계” “보수적인 그룹문화,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조직문화, 비효율성, 품질” “한국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이미지” “안전·품질 문제가 있을 때 해외와 국내 대응 속도나 태도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남겼다.
대체로 기업문화, 지배구조, 품질 및 서비스 만족도 등에서 부정 평가의 이유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익숙한 '국민 자동차'로서 쌓아온 이미지에서 긍정 평가가 내려진다. 그동안 쌓아온 '국민기업'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바람이 설문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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