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15년간 M&A·자산양수도 진행 '바닥난 카드' [건설리포트]2004년 고려산업개발 합병, 글로벌금융위기 후 사업부매각 등 진행…완전자회사·상폐 선택
김경태 기자공개 2019-12-16 09:35:0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건설은 글로벌금융위기 전에도 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약 15년 전에는 외부 인수합병(M&A)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일산제니스 프로젝트를 비롯한 수도권에 소재한 주택 분양 현장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렀다.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이 계열사와의 사업 양수도 등을 하고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다. 쓸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지만, 결국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가 되는 극약처방을 하게 됐다. 결국 약 45년 만에 상장이 폐지되게 됐다.
◇2000년대 초중반 손실, 현대그룹 고려산업개발 합병으로 돌파
두산건설의 모태는 1960년 탄생한 동산토건이다. 오비(OB, 현 두산)그룹의 주력사 동양맥주가 자본금 5000만 원을 출자해 최대주주였다. 동산토건은 1975년 상장하고 국내외에서 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업계에서 존재감이 있었다. 1993년 두산건설로 이름을 바꾸면서 분위기를 일신했다.
IMF외환위기가 불거진 직후에도 두산건설은 호실적을 거뒀다. 1997년과 1998년에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000억원, 1000억원을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부실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같은 기간 영업외비용 중 이자비용이 1000억원을 웃돌았다. 당기순이익을 거두기는 했지만, 1998년에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할인 매각하는 등의 문제로 경상이익은 마이너스(-)29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3년이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적자가 시작됐다. 그해에 당기순손실242억원을 거뒀다. 2002년에는 당기순손실이 1543억원에 달했다. 2003년에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2004년 1분기에 1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다시 적자 전환했다.
당시 두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이던 하나은행, 우면산개발㈜ 등의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선택한 결정적인 두산건설의 돌파구는 M&A였다. 두산그룹은 2004년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한 뒤 두산건설과 합쳤다. 고려산업개발 역시 위기를 겪었던 건설사이기는 하지만 2004년 별도 매출 1조4229억원, 영업이익 922억원, 당기순이익 269억원으로 두산건설보다 실적이 나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당시 합병 과정에서 고려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흡수합병하는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보통주는 '1대 0.763'의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 고려산업개발이 존속법인, 두산건설은 소멸법인이 됐다. 남겨진 법인의 상호는 두산건설로 하면서 명맥이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 합병 후 두산건설은 2010년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지속적으로 거뒀다.
◇글로벌금융위기 후 분양 현장 위기, 계열사 사업 양수도·유증 등 지원
두산건설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도 이전의 IMF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위기가 불어진 연도와 직후에는 손실이 가시적으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이상 조짐이 시작됐다. 그해에 당기순이익을 거두기는 했지만 59억원으로 전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695억원, 2934억원에 달했다.
두산건설의 위기는 대부분 주택사업에서 불거졌다. 당시 청라국제업무타운, 광교파워센타, 상암DMC 등의 개발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사업에는 금융사와 공제회 등 재무적출자자들이 있었는데 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보장수익금 등에 대한 기간경과분을 이자비용 등으로 처리하면서 영업외비용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사업으로는 일산제니스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사업은 시행사 아이엔티디씨가 시행권을 보유했는데, 지하 5층~지상 59층 규모의 주상복합 8개동을 짓는 것이다. 총 2700가구의 대단지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2009년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갔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탓에 분양율이 저조했다. 일산제니스프로젝트는 약 10년이 지나서도 두산건설의 발목을 잡았다. 작년 일산제니스 현장에서만 기타대손상각비 1646억원을 반영했다.
두산그룹은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건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주로 활용한 방법은 사업 양수도와 자산 매각이었다. 우선 2010년 두산중공업이 지분 100%를 소유한 두산메카텍을 흡수합병했다. 2015년에는 해양플랜트 기자재 사업(OSS) 철수를 결정했다. 또 레미콘사업부인 렉스콘 매각을 결정했다. 정선레미콘, 장원레미콘, 삼정레미콘, 향도레미콘에 각각 안양·인천·광주·부산 공장을 매각했다. 울산공장은 물적분할 후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대성레미콘과 울주산업에 매각했고, 1295억원을 확보했다.
2016년에도 속도를 냈다. 1월 사옥 건립 예정지인 분당 토지 지분을 입주 예정인 그룹 계열사들에 1012억 원에 매도했다. 같은 해 두산큐벡스의 주식은 2016년 466만주를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오리콤, 두산엔진에 1080억원을 받고 넘겼다.
2013년 4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가져왔던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역시 2016년에 팔았다. 두산비나하이퐁(Doosan Heavy Industries Vietnam Haiphong)을 제외한 HRSG사업부를 제너럴일렉트릭(GE)에 2750억원을 받고 넘겼다. 같은 해 화공기자재(CPE) 사업부는 현물 출자를 통해 100%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분 전량을 1172억원에 ㈜두산의 자회사인 DIP홀딩스에 양도했다.
두산건설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에 대규모 실탄을 투입했다. 두산건설은 올해 5월 42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단행했는데, 두산중공업이 약 3000억원을 수혈했다. 유증으로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는 개선됐지만, 올해 3분기 누적으로도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거의 모든 카드를 소진한 두산그룹은 결국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상장을 폐지하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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