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피스 비즈니스의 진화]'회계대행' 사무수탁사와 뜨거운 공생⑦가교역할 급부상, "인력 라이선스화 필요"
허인혜 기자공개 2019-12-26 07:31:31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후선 업무를 담당하며 조명을 받지 못했던 백오피스가 '메인오피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 백오피스 인력에 대한 수요가 치솟은 덕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부서에 그쳤던 백오피스는 최근 독립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국내 백오피스 업무의 현황과 해외 사례, 금융당국의 백오피스 기술 규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백오피스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오피스 사업이 기지개를 켜며 공조 관계인 일반 사무수탁사와 협력도 전에 없이 중요해졌다. 사무수탁업계는 20년 업력을 바탕으로 업무 반경을 펀드 회계에서 컴플라이언스, 데이터 검증, 자산운용사 교육 등으로 크게 넓히는 중이다.사무수탁업계는 다변화된 공·사모펀드 시장에 발맞춰 백오피스 업계도 발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오피스 업계가 사별로 흩어져있는 업무 체계와 용어를 일원화하는 한편 백오피스 인력 자격증 도입으로 전문성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년 베테랑' 사무수탁업계…컴플라이언스·인프라 성장
백오피스와 사무수탁사의 역할은 크게 행정과 회계로 나눌 수 있다. 백오피스가 자산운용사의 펀드 설정과 청산 등의 펀드오퍼레이션, 경영관리, 인사 등의 살림꾼 역할을 한다면 사무수탁사는 펀드의 기준가격 계산, 수익률 산출, 순자산가치 산정 등 신탁재산의 일반 회계업무를 대행하고 처리하는 회사다. 백오피스는 펀드의 자료를 갈무리해 사무수탁사에 발송하며 자산운용사와 사무수탁사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사무수탁사는 금융감독원이 2000년 증권투자신탁업법 등 관련법령을 개정하며 처음 출범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자산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회계를 맡기도록 했던 게 사무수탁사의 시작이다. 국내 사무수탁사로는 신한아이타스와 하나펀드서비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등이 성행 중이다.
2000년 문을 연 '아이타스'를 2008년 신한은행이 인수하며 '신한아이타스'가 탄생했다. 대형 금융사가 사무수탁사를 인수하면서 사무수탁업계의 대형화도 시동을 걸었다. 이듬해 산은자산운용과 자산관리시스템 구축 작업을 이행하며 대형 사무수탁업무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한화투신운용과 사무수탁계약, 신한지주 편입, 트레이딩 시스템 아이트레이더 개발, SK C&C 협력 등 사무수탁사로서 굵직한 연혁을 남겼다. 하나펀드서비스는 2003년 출범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과거 백오피스 업계의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사무수탁업계는 데이터 처리와 컴플라이언스 업무, 자산운용사 교육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업계 선봉장은 신한아이타스다. 신한아이타스는 올 한해 펀드 인프라·컴플라이언스 관련 특허를 다수 획득했다. 신한아이타스는 지난달 말 펀드에 대한 예상 순자산 가치를 실시간으로 산출하고, 여러 운용규제사항을 확인해 위반 사항을 체크토록 하는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주식매매내역 검증을 위한 서비스 제공 방법·장치'와 '국제 투자성과 평가 기준(GIPS) 인증 지원 서비스 제공 방법·장치'의 특허를 받은 직후다.
다만 이미 대형 자산운용사 위주로 재편된 사무수탁 시장에서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입지가 그리 넓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크다. 대형 자산운용사 위주로 사무수탁시장이 개편되다보니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 파이가 작아 대형 사무수탁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백오피스와 사무수탁 관련 업무 부담이 큰 데도 인력은 부족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규모에 따라 양분화된 시장을 독립 백오피스로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립 백오피스들은 오히려 소형 자산운용사들의 백오피스 업무가 간결하고 독립적이라는 점을 선호한다. 독립 백오피스 업체 관계자는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사무수탁사와 백오피스에 위탁하는 업무의 범위가 좁고 간단한 데다 수수료 지급 과정도 번거롭지 않다"며 "독립 백오피스와 소형 자산운용사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무수탁업계 "백오피스 업무 통일·자격증 도입 필요"
사무수탁사와 백오피스의 협업이 확대되면서 백오피스 업무가 보다 체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무수탁업계는 백오피스 업무 통일화와 백오피스 인력 자격증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펀드 시장의 성장으로 백오피스와 사무수탁사의 공조 업무가 늘어난 데 반해 백오피스 환경은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무 요청이 회사별, 백오피스 인력별로 중구난방으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사무수탁업계는 전했다.
대형 사무수탁사 대표는 "블룸버그 등 해외에서는 기준 지표가 모두 통일돼 있는 데 반해 국내 백오피스 시장에서는 업무 환경과 용어 등의 통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펀드 운용지시가 회사별로 달라 사무수탁사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짚었다.
펀드매니저처럼 백오피스 인력의 라이선스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자격을 갖춰야 하지만 백오피스나 미들오피스는 자격증 없이 운영되다 보니 종종 옆집(다른 자산운용사, 사무수탁사)의 노하우를 빼가 그대로 활용하며 잦은 오류를 양산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백오피스 인력 자격증 도입은 '뺏고 뺏기는' 백오피스·사무수탁사 인력 수급 문제점도 해소한다. 백오피스와 사무수탁사 모두 '베테랑'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스카웃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백오피스 인력 라이선스가 도입되면 백오피스 인력을 창출하는 시장이 형성돼 질 좋은 인력이 정기적으로 공급되고,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상 인력 빼내기 전쟁"이라며 "자산운용사가 사무수탁사의 인력을 빼오면 사무수탁사의 업무가 힘들어지니 충원으로 이어지고, 소형 자산운용사에서 성장한 인력이 보다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로 옮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수수료 정상화도 사무수탁사의 오랜 염원이다. 펀드 전략이 많아지며 펀드 종류가 크게 확대된 데 비해 사무수탁업계의 보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불만이다. 펀드 전략에 따라 사무수탁사의 회계 업무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지만 사무수탁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한 해 1000억~2000억원대에 그친다. 단적인 예로 올해 8월 기준 신한아이타스가 관리 중인 공사모 펀드규모는 603조원 수준이지만 수수료는 415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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