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4대 악재' 탈출…사라진 등급하향 압박 [Earnings & Credit]지난해 영업익 '88% 껑충', 하향 트리거 벗어나…안정적 복귀 미지수, 수주규모 급감
양정우 기자공개 2020-02-24 13:22:5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 간 대형 악재에 시달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마린온 인명사고를 비롯한 '4대 악재'가 일단락된 덕분에 실적이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서 벗어나면서 등급 하락의 압박도 사라지고 있다.다만 KAI의 신용등급(AA-, 부정적) 아웃룩이 곧장 '안정적'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신규 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든 탓에 곧바로 등급 전망에 손을 대는 게 녹록치 않다. 올해 목표로 내놓은 대규모 수주 계획을 매듭지으면서 미래 수익의 안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KAI 실적, 전성기 시절로 회복…커버리지 지표 호전, 등급하향 위기 모면
지난해 KAI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035억원과 2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1.4%, 88%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1301억원)도 전년보다 13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중형헬기 수리온의 납품 정상화와 수익성 높은 완제기, 기체부품 사업의 호조가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 한국형 전투기(KF-X), 소형무장헬기(LAH), 군사용 정찰위성 프로젝트 등도 매출 성장을 거들었다. 무엇보다 수리온 3차 양산 등 주요 납품 계획을 차질없이 소화하면서 수익 규모가 안정적으로 늘어났다. 국내에선 수리온 기반의 경찰헬기, 의무후송전용헬기, 해양경찰헬기 등이 꾸준히 추가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과거 'AA0' 등급을 넘보던 때와 비슷한 규모다. 2017년 중반엔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AA-)에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했었다. 2015~2016년 사이 KAI는 연간 매출액이 3조원 안팎, 영업이익이 3000억원 대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9%)도 당시 10% 수준에 근접해 있다. 한동안 최악의 악재에 흔들렸던 KAI가 어느 새 과거 전성기 실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실적이 껑충 뛰면서 신용평가사의 등급하향 트리거에서도 벗어났다. 등급 평정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트리거 가운데 재무지표로 명시된 건 커버리지 지표가 유일하다. '총차입금/에비타(EBITDA)'가 2배 이하로 지속될 경우 안정적 아웃룩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분기(연환산) 커버리지 지표는 호실적을 토대로 2배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마린온 사고에 따른 수리온 인도 지연(지체상금)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늘상 2배를 초과했던 지표다.
KAI는 △방산비리 이슈 △회계기준 변경 △T-X사업 수주실패 △마린온 추락사건 등 4대 쇼크에 곤욕을 치렀다. 신용평가사가 이들 이슈의 해소를 아웃룩 조정 요건으로 기재할 정도로 치명적 악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4대 악재가 사라지고 있다. KAI라는 법인 자체가 기술 부족, 법적 책임 등의 오명을 뒤짚어 쓰지 않는 방향으로 하나둘씩 정리돼 가고 있다.
◇신규 수주 저조, '안정적' 복귀 발목…올해 4.2조 목표, 입증 필요
하지만 신용평가업계가 KAI의 신용등급 아웃룩을 곧바로 '안정적'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신규 수주가 눈에 띄게 부진하기 때문이다. 수주 산업의 특성상 수주 성과는 몇 해 뒤 실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신용평가사가 양호한 수주 실적을 등급 평정의 정성 요건으로 삼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신규 수주 규모는 1조3000억원을 기록해 2018년(2조9000억원)보다 53%나 급감했다. 연초 보수적으로 설정한 목표치(2조6000원)와 비교해도 49% 미달된 규모다. 수주 성과가 부진한 탓에 수주 잔고도 2018년 말 1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9000억원으로 10% 가량 줄었다.
올해 수주 실적을 대폭 만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미 방위비의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산 무기체계를 구입하는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KAI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4조2000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213% 증가한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간 지연돼온 1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TA-50 추가도입 6400억원, 보잉 787 부품 4300억원)가 연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수주 목표를 보수적으로 산출했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향후 신용등급의 부정적 꼬리표를 떼는 건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 게 관건으로 여겨진다. 시장 경쟁력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입증하면서 실적 변동성이라는 크레딧 리스크를 불식시켜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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