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자공업, 코로나19 속 '긴 안목' 묘수 두는 창업주 [지배구조 분석]이창원 회장, 손주에 주식 일부 증여…절세 전략 구사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30 11:10:1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동차부품사 오너일가의 주식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직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 후계자들이 직접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견 부품사인 한국단자공업은 다른 곳들과는 차별화된 방법을 구사해 눈길을 끈다.창업주인 이창원 회장이 손주들에게 보유 중인 주식 일부를 증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손주들이 직접 매입하는 경우보다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금 역시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2세인 이원준 사장이 개인 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3세 시대' 준비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원 회장, 오너 3세에 주식 '증여'…코로나19 속 사업 선방
이 회장은 이달 24일 이원석 씨와 이혜인 씨에게 보유 중이던 한국단자공업 보통주를 각각 3만주씩 증여했다. 전일 종가(2만950원)로 계산한 취득금액은 6억2850만원으로 총12억5700만원이다. 증여로 이 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113만7000주에서 107만7000주로 줄었다.
원석 씨와 혜인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단자공업 주식을 취득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 주주로 첫 등장했다. 원석 씨의 올해 한국나이는 25세, 혜인 씨는 28세다.
한국단자공업 관계자는 "2명은 아직 회사에 적을 두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며 "추가 주식 증여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상장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자동차부품 상장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오히려 후계 승계의 기회로 활용하는 곳들이 다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에스엘은 오너 4세가 직접 주식을 과감하게 매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단자공업은 창업주가 증여하는 방안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이는 오너 3세의 자금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직접 매입하는 경우에는 주가만큼 자금을 들여야 하지만, 증여를 받으면 세금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절세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내는 증여세가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아들이 다시 자신의 자녀(할아버지에겐 손주)에게 내는 증여세가 1000만원이면 전체 증여세 총액이 2000만원이다. 할아버지가 아들을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면 할증 과세 30%를 적용하더라도 1300만원으로 총비용이 절감된다.
더군다나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단자공업의 주가도 과거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과 1월29일만 하더라도 4만500원이었는데, 증여 전일에는 2만950원으로 2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물론 향후 주가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주식은 증여세를 계산할 때 증여일 직전 2개월, 직후 2개월 평균가로 증여자산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 등으로 한국단자공업의 주가가 2개월 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세금 규모는 더 적어진다.
만약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한국단자공업의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올라가 증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한국단자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사업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본사가 인천에 있어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에 소재한 자동차부품사들 보다는 악영향을 덜 받았다.
한국단자공업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에서 연휴를 늘렸을 때 공장 가동이 영향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 후로 중단된 적은 없다"며 "본사가 폐쇄된 적도 없고 재택근무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2세 승계도 '묘수' 구사
이 회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13년을 일했다. 그 뒤 1971년 한국단자공업을 창업하면서 금형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고생했지만 한국단자공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넥터 전문기업으로 우뚝 서도록 만들어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번에 손주들에 주식을 넘긴 것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그가 후계 승계에 있어서 묘수를 구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 사장으로의 승계는 개인 회사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개인 지분율만 보면 이 사장은 6.99%다. 지분 10.34%를 보유한 이 회장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이 사장이 지분 54.41%를 가진 '케.이.티. 인터내쇼날'이 있다. 이 법인은 과거부터 한국단자공업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이달 25일에 500주, 26일에 33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26일 기준 지분율은 8.97%다. 이를 더하면 이 사장의 지배력은 이 회장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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