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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넥스트 노키아’ 공포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23 08:19:1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뉴스를 구글에서 보는데 매일 'BMW 넥스트 노키아(Next Nokia)'를 검색합니다. 보시다시피 많은 기사와 분석들이 나옵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1월말, 자동차를 오랜 기간 담당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미팅 중 스마트폰을 내밀며 한 말이다. BMW가 꼭 망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친환경차와 미래 모빌리티에 대비가 안 된 완성차·부품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변화에 적응 못 한 노키아가 무너진 상황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후 약 두 달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자동차업계에 먹구름이 짙어진 것을 느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과 미국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폭스바겐, 도요타, FCA, 르노, 포드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들도 약간의 일정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돈이 길어질수록 단순히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것을 넘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에 적자를 지속했거나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만약 여전히 내연기관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는 자동차업계 기업이 무너진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진' 넥스트 노키아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 모빌리티 대비에 앞서 있었던 기업이 안심할 수는 없다. 공급과 수요가 막힌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간의 투자는 무슨 소용일까. 넥스트 노키아는 아니지만 미래 대비를 잘하고도 사라진 '운 나쁜' 기업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 기업은 공포감에 넋을 잃거나 무력감에 빠져서는 안 되고 생존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무조건 살아남은 뒤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지자체 등의 지원이 있다면 빠짐없이 신청해 받아야 한다. 합법적인 선에서 쓸 수 있는 수는 다 쓰면서 버텨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푸는 것도 기업이 조금이라도 더 버틸 힘을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많은 곳이 쓰러지더라도 견뎌낸 '생존자'는 분명 있다. 과거 경제 위기 때를 회상하면 위기가 끝난 후 생존자들 위주의 '새판짜기'를 한다. 회복과 동시에 무너진 기업 중 쓸만한 곳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아니면 빈자리를 차지했다.

아직은 예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끝난 뒤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모두가 힘든 상황이겠지만 국내 자동차업계 기업들이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힘을 내길 간절히 바란다. 정부도 할 수 있다면 더 과감하고 전폭적으로 생존을 뒷받침해야 한다. 훗날 새판짜기가 진행된다면 제법 괜찮은 기업과 기술을 사들이고 인재를 영입하는 쪽은 대한민국 기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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