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 '영구EB' 카드…등급방어 '절반의 성공' 현금 유출 이벤트, 신종자본증권 대응…신평업계, 자본성 인정 정도 '관건'
양정우 기자공개 2020-04-07 15:36:4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아베스틸(A+)이 대규모 현금 유출 이슈에 '영구 교환사채(EB)' 카드를 뽑아들었다. 세아창원특수강 인수합병(M&A)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의 보유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했다. 신용도에 우려감이 커진 가운데 유동성 위축의 위기를 무사히 넘어섰다.하지만 신용등급 사수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구 EB는 현금 확보와 자본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신종자본증권이다. 하지만 신용도를 책정하는 신용평가사는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성을 무조건 인정하지 않는다. 향후 재무건전성 항목에 어느 정도 가점을 줄지 미지수다.
◇'30년 만기' 1000억 영구 EB 발행…대규모 현금 유출, 신종자본증권 대응
지난달 세아베스틸은 오는 2050년 3월이 만기인 10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대상 주식은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 보통주(지분 12.32%)다. 교환가액은 주당 2만2500원이다.
영구 EB를 통해 1000억원을 마련한 건 세아창원특수강 M&A를 종결짓기 위한 행보다. 옛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FI를 동원했고 지난달 이들 FI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야 했다. FI 잔여 지분의 매입대금이 총 1000억원이었다. M&A 후속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결과 세아베스틸은 세아창원특수강의 지분을 99.7%까지 확보했다.
세아베스틸의 FI 지분 매입은 M&A 수순상 이미 예고된 이벤트였다. 그간 펀더멘털 후퇴에 신용도가 흔들렸던 만큼 올해 1분기로 예정된 현금 유출은 부담스러운 이슈였다. 신용평가업계도 대응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영구 EB 발행에 성공해 유동성 위축의 고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일반적 외부 조달보다 차입 부담이 덜한 신종자본증권으로 대응했다는 게 긍정적이다. 영구 EB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에 외견상 재무구조가 개선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구 EB의 금리가 연 3.5%인 것도 이점이다. 과거 세아창원특수강 M&A 당시 인수금융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다.
신용평가업계는 세아베스틸의 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2조9607억원)과 영업이익(441억원)이 모두 감소했다. 전년보다 각각 9.7%, 21% 줄었다. 가뜩이나 전방 산업(자동차, 조선, 건설중장비 등)이 침체된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현대제철)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터라 고정비 부담이 높다. 2015년 10%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이 1.5%로 떨어졌다.
◇신평사, 영구채 자본성 인정 '한계'…세아베스틸, 커버리지지표 '적신호'
다만 신용평가사는 세아베스틸의 영구 EB를 보수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종자본증권엔 통상적으로 스탭업 조항이 포함된다. 영구 EB를 발행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조항이다. 사실상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기가 30년이지만 스탭업 조항의 발동 전에 상환을 압박하는 장치인 셈이다.
이런 영구 채권의 구조 탓에 신용평가업계는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스탭업 조항의 강도에 따라 구체적 수치가 바뀌지만 일반적으로 영구 채권에서 자본으로 여겨지는 규모는 발행 총액의 50%를 밑돈다. 세아베스틸의 영구 EB 역시 1000억원을 모두 자본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이번 영구 EB는 △3년 이내의 경우 발행일로부터 매 1년 경과 시점마다 △3년 이후부터 5년 이내 시점까지는 매 6개월 경과시마다 △5년 이후의 경우 매 이자지급일마다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하다. 스탭업의 구체적 내용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용평가업계는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를 압박하는 스탭업 조항이 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커버리지지표는 신용평가사의 주요 등급하향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순차입금/에비타(EBITDA)' 지표가 2015년 말 2.4배에서 지난해 말 4배로 상승했다. '총차입금/EBITDA'는 같은 기간 2.7배에서 4.7배로 올라갔다. 주요 등급하향 트리거는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 '총차입금/EBITDA 4배 초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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