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DNA치료제' 이노비오 3형제, 이익배분 구조는⑫진원생명과학, 지카·메르스 백신 최대 35% 지분 소유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22 13:03:32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중대한 사안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임상에 진입한 백신의 생산 이슈를 놓고 형제 기업간 다툼이 벌어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임상 진입 등 속도 면에서 유력한 백신 개발 후보기업으로 꼽혀온 미국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이하 이노비오)와 국내 진원생명과학(이하 진원) 간 다툼이다.이노비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미국, 한국 임상을 시작한 상태다. 진원은 진원의 미국 100% 자회사 VGXI를 통해 해당 백신의 생산을 맡고 있다. 이노비오는 생산처를 확대하기 위해 진원에 생산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진원에 소송까지 낸 상황이다.
양사의 법정공방이 더 눈길을 끈 것은 진원이 이노비오의 스핀오프 자회사로서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하는 등 지분 면에서나 사업적으로도 긴밀한 인연을 이어온 기업이란 점에서다. 핵심 사업 파이프라인을 놓고 가족 기업간 이해상충이 발생한 셈이다. 조셉김 이노비오 대표는 재미 한국인 과학자로서 이노비오를 통해 한국 유가증권 상장사를 인수, 진원의 초기 바이오사업을 만든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이노비오와 진원의 다툼이 예고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진원은 이노비오의 사실상 자회사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분관계가 약해지고 서로 다른 법적 실체로서 각자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생겨 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진원에 대한 지배력 약해진 이노비오
이노비오에서 스핀오프된 국내 기업은 진원 외에도 한 곳이 더 있다. 코넥스 기업 플럼라인생명과학(이하 플럼라인)이다. 두 회사 모두 이노비오의 핵심 DNA치료, 예방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이노비오 기술을 인간 의약품으로 개발한 곳이 진원이라면, 동물 약으로 개발중인 기업이 플럼라인이다. 진원 박영근 대표, 플럼라인 김경태 대표 모두 이노비오 출신 인사다. 그런만큼 이들 기업은 형제 기업으로 불릴만큼 초기 친밀도가 높았다.
플럼라인은 2014년 이노비오의 동물자회사 부문 자산을 100% 인수해서 한국에 세워진 회사다. 인수대가는 200만달러였으며 플럼라인 지분 20%를 넘기는 조건도 있었다. 인수자산은 이노비오의 글로벌 특허 23개와 임상승인제품인 LifeTide SW5이다.
이후로 플럼라인은 DNA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반려견 DNA면역항암치료제, 아프리카돼지열병 DNA백신, 돼지 DNA면역조절제 등을 개발해오고 있다. 플럼라인생명과학은 향후 이노비오 기술이 적용된 물질의 상업화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로열티를 이노비오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럼라인은 이노비오가 법인 최대주주로서 이노비오와, 이노비오 자회사 VGXP가 각각 6.7%, 13.2%씩 총 20% 지분을 보유하며 김경태 플럼라인 대표 다음으로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노비오 이사 중 한 명인 David B박사가 플럼라인의 현재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분구조상 이노비오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지 않다. 이노비오 직접 지분율은 없으며 VGXP가 진원 지분 5% 남짓을 보유 중이다. 진원은 올초 주주배정후 실권주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최대주주가 이노비오 자회사인 VGXP에서 박영근 진원 대표로 바뀌었다.
VGXP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이 7.5%에서 4.99%로 감소하고, 박영근 대표 지분율이 6.49%에서 6.94%로 올라간 것이다. 박 대표 지분에 경영진 포함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9.5% 가량이다. 이 과정에서 이노비오와 현 진원 경영진 간의 특수관계도 소멸했다.
진원은 현재 추가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가 진행 중이며 아직 VGXP의 참여는 미정이다. 박영근 대표는 15억원 이상 참여 계획이며 다른 특수관계자들의 참여 여부는 정해져있지 않다. 특수관계자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게되면 박 대표를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7.3%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가족기업들간의 계약...이익배분 구조는
2005년 조셉 김 이노비오 대표는 VGXP(옛 바이럴 지노믹스)를 통해 의류용 심지 회사였던 동일패브릭(진원의 전신) 경영권 지분 33%를 50억원에 인수했다. 동일패브릭은 이후 2014년 진원생명과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VGXP는 이노비오의 100%자회사다.
진원은 이노비오의 한국 자회사로서 모회사의 핵심 기술을 함께 개발해왔다. 여러차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이 있었다. 진원은 각 계약의 이익배분 비율을 외부에 비공개로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양사가 에볼라 백신 공동개발 협약을, 2015년에는 메르스 DNA백신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이노비오의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관련 계약의 경우 진원이 전임상, 임상 1상 자금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1상 완료가 달성되면 마일스톤 개념으로 해당 파이프라인 수익에 대해 최대 약 35% 지분을 갖게되는 구조다.
2016년 맺은 지카바이러스 예방 치료 DNA 백신 공동개발 계약도 있다. 마찬가지로 진원이 전임상, 임상1상 자금을 지원하고 1상이 마무리되면 35%의 마일스톤 기반 지분을 받기로 했다. 현재 1상이 진행 중이다. 2017년에는 이노비오 물질 VGX-1027 관련 자산을 10만달러(약 1억원)에 진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해당 물질은 진원이 당뇨병성 신장질환치료제로 개발 중이다.진원은 또 HCV, 지카바이러스 예방치료 협력과 관련해 특허 및 기기 사용료를 이노비오에 지급하고있다.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의 생산을 놓고 이견이 생긴 부분은 앞선 공동개발과는 또다른 영역이다. 2008년 이노비오는 회사의 특정 제조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포함해 제조사업을 진원의 미국 자회사 VGXI에 매각했다. 이때 VGXI가 이노비오의 모든 연구, 초기 임상실험에 필요한 DNA플라스미드를 이노비오에 생산, 공급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진원과 자회사 VGXI는 이노비오의 1순위의 공급자 역할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노비오가 직접 DNA플라스미드를 제로하거나 다른 3자를 고용해 생산하기 전에 먼저 진원 또는 VGXI를 해당 작업의 공급자로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양사 생산 계약은 사업 초기부터 맺어온 것"이라면서 "소송 관련 사항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노비오와의 백신 공동 개발 등의 파트너십은 별개로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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