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비상무이사 활용법]네이버의 파격 선택, '외부 독립' 이사회 의장③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지분·사업관계 없고 해외경험 풍부, 일부주주 반대
원충희 기자공개 2020-07-01 07:10:46
[편집자주]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기구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중 기타비상무이사는 법적요건이나 제한이 없는 독특한 직책이다. 통상 주주-회사 간의 소통채널로 인식되지만 정보통신(ICT)기업에서는 다양한 이력의 인물들이 니즈에 따라 자리 하고 있다. 더벨은 ICT 업체마다 특색있는 기타비상무이사 활용법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대규 이사회 의장은 당사의 기타비상무이사이자 '외부 독립이사'로 사내이사(경영진), 사외이사와 별도로 중립적 위치에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네이버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사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변 회장은 네이버 창사 이래 첫 외부출신 이사회 의장이다. 2004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7년 3월 의장직을 사임함에 따라 그가 후임으로 들어왔다.
1년 후인 2018년에 이 GIO가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으면서 변 회장은 사실상 이사회를 이끄는 중축이 됐다. 네이버는 변대규 의장-한성숙 대표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소유·경영 분리가 이뤄졌다.
2017년 3월에 선임된 변 회장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그의 재선임에 대해 참석주주 17.2%(2020만7912주)는 반대를 표했다. 보통결의 요건인 출석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받아 통과에 무리는 없었지만 주총에 상정된 7개 의안 중 반대율이 가장 높다. 의결권 주주 10명 가운데 2명가량이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셈이다.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되는 경우는 통상 모회사 임원이거나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일 때가 많다. 사례를 찾아보면 LG유플러스에선 권영수 ㈜LG 부회장이, 풀무원에선 남승우 최대주주가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생명, 카카오뱅크 등이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변 회장의 네이버 이사회 의장 선임은 독특한 케이스다. 지분 관계가 없고 계열사 임원도 아니다.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받았을 때 변 회장의 회사인 휴맥스 계열사들도 공시대상에 포함됐으나 2018년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제외됐다. 사업적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정보통신(ICT)업계 관계자는 "변 회장 말로는 이해진 GIO와 친하거나 교류를 이어온 사이는 아니지만 직접 연락이 왔다고 한다"며 "휴맥스는 셋톱박스, 게이트웨이 등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변 회장은 ICT서비스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변 회장을 가리켜 외부 독립이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외부 독립이사는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를 일컫는 표현이다. 그는 외부 출신에 지분·사업관계가 없음에도 왜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가 됐을까.
이유는 변 회장의 보직에 있다. 변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휴맥스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자회사인 휴맥스와 알티캐스트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상법 시행령(제34조 5항 3호)에는 '해당 상장기업 외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로 재임 중인 자'는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본다. 이에 따라 그는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수밖에 없었다.
이 GIO가 아무 연관 없는 변 회장을 후임으로 택한 배경에는 벤처신화 1세대라는 것과 유럽진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손꼽힌다. 이 GIO는 구글의 글로벌 공략에 대항하기 위한 거점으로 유럽을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네이버가 (구글)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유럽은 미국, 중국 몇 개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5년 당시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2016년에는 유럽계 벤처펀드 코렐리아캐피탈에 네이버와 라인이 각 5000만유로씩 총 1억유로(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2017년에는 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해 교두보를 만들기도 하는 등 유럽진출을 오래 전부터 모색해왔다.
휴맥스의 경우 초창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했고 현재도 매출 상당수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2005년 독일에 IP셋톱박스를 공급하고 2009년 영국의 무료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HD PVR 셋톱박스를 시판해 5개월 만에 2000만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금도 휴맥스의 매출 75%가량은 셋톱박스 제조 등에서 나오는데 주요 판매처는 미국과 유럽이다.
변 회장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럽시장 진출 성공경험과 네이버의 일본 라인 성공경험이 시너지를 내면 유럽무대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 포털시장도 틈새가 있어 네이버가 이를 공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선임 사유로 해외, 유럽시장 경험을 꼽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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