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LG 스마트폰]MC사업본부 재무 따로 보니 '자본잠식 4조 육박'①개별 상장사면 상폐 대상, 2015년 G4 실패 이후 재무 여력 급락
김슬기 기자공개 2021-01-26 08:31:39
[편집자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빨라진 사업 재편의 바람이 MC사업본부에도 불었다. 과거 철수설이 불거질 때와는 사뭇 다르다. LG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재점검하고 있다. 더벨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현황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5일 14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곱 줄이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는 며칠 전 길지 않은 글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명운이 담긴 비장한 글을 썼다.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LG전자에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은 반복된 구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과거 소문이 나왔을 당시엔 '사실무근'이란 답이 즉각 나왔다. 올해 스마트폰 철수설에 나온 답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권 대표의 글이었다.
재무적으로 살펴보면 시간이 문제일 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회사는 지난해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총 5조원에 이르렀다. LG전자의 연결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MC사업본부의 부진은 뼈아팠다.
MC사업본부의 재무 실적을 따로 떼어 보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이미 상장폐지 심사를 받아야 할 수준이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든, 사업 체질을 바꾸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이미 지났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MC사업본부 부채규모는 7조7603억원, 자산은 3조9511억원이다. 자본은 별도 기재하지 않았지만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를 보면 마이너스(-) 3조8092억원이다. 이는 적자 누적으로 인해서 납입자본금이 잠식된 상황을 의미한다. 자본금이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미 2017년 이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연간 영업적자는 2015년부터 시작됐지만 재무적인 위험 신호는 2017년이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부채보다는 자산이 많은 상태였다. 회생 가능성도 있었고 LG전자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자본잠식 상태로 돌아섰다. 부채규모가 자본에 비해 2017년 6조원대, 2018년 7조원대, 2019년에는 10조원대, 2020년 3분기까지 11조원 이상 많았다.
MC사업본부가 개별 기업이었다면 당장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자본금 전액잠식이 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없이 즉시 상장폐지된다. 최근 5년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한 경우에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여부를 결정한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경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이미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위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국내 스마트폰 전환기였다. 국내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후 5개월만에 2010년 4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갤럭시A가 나왔고 2개월 후에 갤럭시 S가 탄생했다. 현재까지도 존재하는 플래그십 라인인 S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경쟁사였던 삼성전자가 속도전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같은 시기 LG전자는 전략이 혼재돼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2009년 LG전자의 휴대폰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넘겼던 때였다. 2010년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OS)를 사용한 '인사이트'를 시판했고 안드로이드폰인 'LG GW620'도 출시했다. 옵티머스 론칭을 비롯, 프라다폰3.0, 고사양의 피처폰인 MAXX를 출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LG전자는 2012년 옵티머스 G를 출시했고 이듬해 옵티머스 이름을 버리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G 라인업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동시에 가져가며 명실상부한 세계 휴대폰 1위로 올라서는 등 이미 LG전자와는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다.
반짝 흥행은 있었다. 2013년 G2의 선전으로 매출이 1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2014년 출시한 G3 역시 판매량 1000만대를 넘기기도 했다. 금액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4%대였다.
2012년부터 2014년에는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 10조원의 매출은 2014년 15조원대까지 커졌다. 이익 역시 5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부채는 4조원대에서 6조원대까지 커졌지만 감당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부채비율은 192%대에서 300%로 높아졌다.

위기는 2015년에 다시 찾아왔다. G4는 무한부팅 문제 뿐 아니라 후면커버로 사용했던 가죽 역시 성능저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반기 나왔던 V10 역시 무한부팅으로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2016년 G5는 배터리 탈착이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출시했으나 이 또한 기술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실패했다. G4와 V10의 실패가 23분기 연속 적자의 시작이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16년에는 보급형 라인업인 K시리즈, X시리즈 등으로 시장을 확장했고 준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2017년부터는 Q라인업도 출시했다. 플래그십 라인업을 G·V로 단순화했으나 지난해엔 벨벳과 윙으로 또 한번 변화를 줬다. 하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반등은 쉽지 않았다.
권 대표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이유다. 사업 개편을 통한 다운사이징이든 매각을 통한 사업 폐지든 선택을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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